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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이 Apr 29. 2022

맥가이버의 마음으로

KPI도 임기응변. 상황에 맞게 고쳐 쓰자.


사골급 KPI [우수 인재 퇴사율]


[우수 인재 퇴사율]… 이 녀석은

저희 회사 인사팀에 매년 적용되는 KPI 중 하나입니다.

어떤 회사는 우수 인재 리스트를 실제로 만들어

홍길동, 아무개 등 사람을 직접 관리하지만

저희는 그런 고정 리스트를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우수 인재] = [우수 고과자]로 간주하여

[우수 고과자 퇴사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임직원 규모가 몇천 명을 넘어가는 회사라면 대부분

평가가 우수한 직원을 리텐션 하고 있을 겁니다.


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과연 인사팀이 하는 일에 부합하는 지표일까…?

표면적으로는 이상 없어 보입니다.

'음. 인사팀이라면 응당 우수 인재를 잘 유지해야지'

하지만 실제로 이 지표를 관리하는 인사팀 직원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부조리를 느끼게 됩니다.

제가 짧은 글솜씨로 한번 [우수 고과자 퇴사율]의

부조리를 파헤쳐보렵니다.

그리고, 맥가이버의 마음으로

이 KPI를 갱생시킨 경험을 나누어 보렵니다.



우선, 시청각 자료를 통해 임기응변의 마인드를

고취하고 시작하겠습니다.


https://youtu.be/ZiFhdI33kmk

맥가이버가 KPI도 고쳐주면 좋겠어요!





기존 산식의 문제점


[우수 인재 퇴사율]은 보통 이런 산식으로 산출합니다.



이 산식을 쓰면 반드시 기획팀(조직평가 담당)과

인사팀이 줄다리기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몇 %가 합당한 목표인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기획팀: “KPI는 의지의 표현이다. 발전된 목표를 잡아야지, 어떻게 작년 그대로를 목표로 삼느냐”

인사팀: “경영환경을 봐라. 작년 목표와 같기만 해도 우수 인재 퇴사를 잘 막아낸 거다”


인사팀으로서는 산식의 분자에

“퇴사한 우수 고과자 수”가 쓰이는 게 부담입니다.

이 산식을 해석하면, 퇴사하는 우수 고과자의

절대 인원수를 줄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는 저희 인사팀의 사업내용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저희 팀 사업내용에는 “퇴사하려는 우수 고과자

한 명 한 명을 찾아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막아내는 일”은 없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그런 직접 관리가 아니라,

“우수 인재가 동기부여되도록

합리적인 평가/보상제도를 운영하여

이들을 간접적으로 리텐션”하는 일입니다.

우수 고과자 한 명 한 명을 직접 커버한다면 모를까,

그들이 퇴사하는 족족 저희의 평가가 깎여나가는 것은

뭔가 부조리합니다. 퇴사인원수는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크니까요.

결정적으로, 우수 인재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인사팀이 아니라 각 사업부 현장이니까요.


그래서,

바꿔 봤습니다.


우리 인사팀의 사업내용에 맞춰서 

우수 고과자에 대한 직접 관리 지표를

간접 관리 지표로 정상화 하자.

변동성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자.”



만약,

비우수 고과자 집단이 6%만큼 퇴사할 때

우수 고과자 집단도 6%만큼 퇴사했다면

이 지표값은 1이고 그것은 평타(B등급)인 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당해연도에 평범한 직원들 가운데 나간 사람 비율만큼

우수 고과자 집단도 같은 비율로 나간 거니까요.

이 산식은 퇴사한 인원수 그 자체로는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게 해 줍니다.

우수 고과자가 몇 명이 나가든,

벤치마크(비우수 고과자) 집단 대비 얼마만큼 나갔는지

상대적 우위 효과를 보기 위한 산식이니까요.

만약 인사팀이 평가보상제도를 합리적으로 잘 만들고

운영도 잘했다면 이 지표는 1보다 작아질 겁니다.


기획팀과 생산적인 협의를


물론, 잘했다(S등급)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는

기획팀과 협의할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의 경우, 최초 이 산식을 도입할 때

이전 3개년의 수치를 산출해 본 후 경향성을 보이는지,

대체로 어떤 수치로 수렴해가는지 등을 확인한 후,

기획팀에 S등급 기준을 제안했고 수월하게 합의 봤습니다.

변경 산식을 도입한 2년차부터는

작년도 회사 실적과 당해연도 실적도 대비해가면서

기획팀과 협의하여 S등급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산식을 쓰면

“그 해의 특수한 경영환경에 따라

우수 고과 퇴사인원수의 변동성이 큰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듭니다.

퇴사율 vs. 퇴사율의 비교이므로

저희처럼 “평가보상 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수 인재를 관리하는 회사“라면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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