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바다의 폭풍이 지나간 후에

by 해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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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팀으로 발령을 받고 난 후 내 삶은 그 여느때보다 잠잠하고 조용해졌다.

팀장님은 좋았고 팀원들은 성실하고 착했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고 서로의 배려와 친절에 감사할 줄 알았다. 애초에 이런 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면 그토록 힘들지 않았을텐데. 즐겁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평생 저체중이었는데 체중이 5kg이나 늘어 정상범주에 들어오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건강해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하루에 세 번 이상 웃을 수 있구나, 직장생활을 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런건 또 처음 알았다.


가끔씩 예전 팀의 소식이 하나하나 들려온다. 내가 나가고 새로 투입된 직원은 일 미루기 천재였는데, 원래부터 그 팀 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 굉장히 서먹하다고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먹었던 과장은 업무의 소용돌이 속에서 견디다 못해 이직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팀장은 여느때처럼 놀러다니듯 출장다니기 바빴고, 나는 그 팀을 떠난게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 환경에 함몰되다 보면 매번 '내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운나쁘게도 내 주변 어른들은 내 탓을 하며 비겁하게 숨어버리거나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부모라는 사람들이 그랬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나의 문제가 아니었고 나의 잘못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탓하며 책임을 전가해버리는 그들이 문제였고, 나는 단지 운이 나빴던 것 뿐이다.


가끔 예전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노출되면 심장이 또 폭발할 듯 뛰었지만, 감정을 빠르게 진정시킬 줄 알게 되었다. 괜찮아. 해프닝이야. 다 지나갈거야. 아무 일도 아니야. 5년 후 오늘을 되돌아볼 때 나는 오늘을 기억하지도 못할거야.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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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팀으로 발령받은 후 한 2개월은 정말 바빴고 감정도 엉망진창이었다. 의사선생님께 '왜 살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매번 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의사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왜 사는지 고민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런 고민은 철학자들이나 하는 거예요. 그냥 살아야되니까 사는거예요.'


나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너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라고 아이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다면 모를까. 살아보니 내 삶에서 고통과 행복은 9:1 이었던 것 같아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내가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서 '너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최근 태세계(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방송에서 '셰르파' 소년의 이야기를 접했다. 갓 스무살도 되지 않은 셰르파 소년이 30kg에 육박하는 무거운 짐을 들처업고 1박 2일 간 물건을 배달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체구에 비해 큰 짐이 각자의 십자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십자가. 넘어지기도 하고 휘청이기도 하면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견디며 먹고 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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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취약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까. 어릴 적부터 나는 너무 민감하고, 여리고,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생각도 너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 하나하나에 마음이 무너져 내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유난히 그런 사람이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 이런 성향은 살아가는 데 득보다 실이 많았다. 모든 자극에 민감했고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집에가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런 내가 싫었고, 여전히 이런 내 모습이 싫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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