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을 복습하는 디자이너의 새벽 6시
하루의 시작은 6시 그즈음. 여느 날은 밝기도 여느 날은 어둡기도 한 새벽의 하루를 맞이하는 내 어깨는 항상 무게감이 다르다.
알람이 울리기 전 긴장이 된 몸이 나를 깨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늘 업무량이 한계치를 넘어서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나에게는 오늘 할 일을 오늘 끝내는 모던한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다.
책상과 모니터화면에는 미처 다하지 못했던 작업물들의 흔적, 눈을 비비면서 치워나간다. 나의 밤늦게 새벽에 일하던 악순환 일상은 우연찮게 새벽의 환경미화원분들을 보고 바뀌어지기 시작했다. 어제 모아놓은 짐과 쓰레기들은 다음날 아침에 치우는 것. 생각보다 메리트 있다. 바쁜 흐름에 놓쳤던 사소한 것들과 심도 깊게 읽었어야 했던 이야기들, 못 읽은 카카오톡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읽어나간다.
7시가 되었을 때 즈음이면 다시금 졸리기 시작한 시간, 세면을 하고 단정한 마음으로 다시 자리에 앉는다. 9시에 맞이해야 할 클라이언트 과업물과 업무보고사항등을 정리하고 날짜별 폴더로 빠르게 준비해 놓는다. 당일 일정이 너무 바쁠 때는 차들이 몰리기 전에 일찍이 미팅장소로 이동해서 근처의 카페에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아침 일찍 책을 읽고 교양 있는 활동을 하기를 꿈꿨지만 현재의 내가 이행하기엔 다소 거리가 먼 자유로운 모습이다.
8시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됨을 느낀다.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 소리에 나름의 긴장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맞이한다. 매일을 긴장하고 사는 나는 달콤한 휴식보다 새벽에 생각했던 성공적인 오늘의 모습에 근사치를 맞추어나가는 것이 더욱 간절하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생각만큼만 모든 일들이 흘러가면 그게 바로 행복이지 않을까?
평균의 사람들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더 늦게 잠에 든다. 나의 하루는 딱 3시간만큼만 더 특별했으면 좋겠어서 말이다. 3시간은 일주일 동안 쌓여 약 하루의 시간이 더 생겨난다. 그렇게 내 일주일은 8일이 되어 많은 일들을 마주한다.
찬란함의 역사는 오후의 따뜻함보다 새벽의 간절함이 모여 만들어질 때, 보다 써 내려갈 문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