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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Mar 21. 2024

아들, 다 좋은데 그래도 안정적으로 회사다니면 안 돼?

아버지가 20대 사업자인 나에게 자주 하시는 말씀.

어느덧 곧 4년 차 창업자가 되지만 아직도 들려오는 주변이야기, 충분히 좋은 회사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맘 편하게 취업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다. 마찬가지 이야기로, 아버지는 내가 월에 500을 벌 때도 1,000을 벌 때도 늘 한결같이 안정적인 회사를 다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신다.


창업생태계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혹독한 사회이기에 몸이 자주 혹사되는 것을 알고 있고, 밤잠을 잘 못 자는 평소의 모습을 부모님이 자주 보시니 당연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실 거라 생각된다.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물론 몸이 힘들 때는 회사원이 너무 부럽지만 이 글을 통해 어머니 아버지께 솔직히 말씀드려야겠다. 그 길로 가기에는 너무 길을 많이 틀었다고. 박사학위도 갖추고 싶고, 회사도 갖고 싶고, 글 쓰는 작가도 하고 싶고, 교수도 되고 싶은 나에겐 선택지가 창업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특히 지금 시기는 정말 눈만 돌리면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시기이다. 나는 이 시기를 그저 흐름에 맞추어 즐기고 싶을 뿐이다. 아직 회사가 초기 창업단계이기에 매출이 어느 정도 잡혀도 늘 번레이트에 예민하게 굴기도 하며, 밤낮이 자주 뒤집히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이 악순환을 서서히 바꾸어나가고 있고 그러다 보면 안정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하여 더 이상 아버지가 걱정 안 하시지 않게, 그날까지 앞만 보고 달리는 방법뿐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꿈은 겸임교수이자 책도 쓰고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일이 무척 재밌다. 어머니 아버지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이다. 물론 밤낮으로 일하기에 몸이 지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천직일정도로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한 아들내미라 걱정은 더 이상 안 하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인내심과 책임감이 없던 평범한 중소기업 회사원이 추진력을 갖추기엔 너무나 엄격한 사회, 대한민국


취업을 딱 한번 해봤다. 경기도의 여느 무명의 코스메틱 스타트업에서 내가 기적적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는 성공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퇴사하고 대기업과 협업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더 쉬운 사회라고 생각했다. 성공의 지표를 대기업취업으로 잡고 있는 뻔한 한국사회에 내밀어본 작은 도전장이랄까, 좋은 회사 가려고 실무에 쓰지도 않는 자격증, 스펙 쌓는 놀이에는 나는 적성이 안 맞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더하여 창업을 하신 대표님들의 어른스러운 모습들에 매번 매료되어 내 성격의 전환점을 그렇게 맞이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던 어린 나였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기에 빠르게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만히 있는다고 밥이 나오는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내가 내 밥그릇 찾아서 먹고살아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대한민국 현실은 무척이나 차갑다. 우리는 이 차가운 현실을 스스로에 알맞게 잘 맞대응할 필요가 있다.



남 밑에선 내가 그려왔던 꿈을 현실로 바꿔낼 자신이 없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제일 많이들 이야기하시는 이야기. 나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하고 있는 생각들을 자유로이 협력하여 현실로 바꿔나가고 싶었고, 수많은 변화의 흐름에 놓여 매번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해보고 싶었다.


나는 창업과 취업을 항해의 방식에 자주 비유한다. 내가 만든 배로 항해를 하거나, 남이 만들어놓은 안전한 여객선으로 항해를 하거나.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객선을 타고 항해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편한 여행이 되겠지만 인터넷에 나온 뻔한 리뷰의 내용을 되풀이할 확률이 높다 생각한다. 만든 배로 여행을 하면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정해진 루트가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인생은 한 번 뿐이지 않은가? 나는 안정적인 길도 좋지만 새로운 길이 조금 더 탐났던 거 같다.


대기업에 취업한 사람보다 기업을 만들려는 선배가 그렇게 멋있었다.


롤모델인 선배님이 있다. 솔직하게 엄청난 선배님이다. 나와 한 살 차이인데, 운영하는 사업규모도, 직원수도 비교는 절대불가한 동종업계 대표님이다. 그분의 엄청난 성장력에 비하면 발톱 때만큼 커가고 있는 나였기에 현실을 자주 마주하여 여태 힘들어도 비비고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자주 생각하곤 한다. 축복이라면 이처럼 롤모델이 있었어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롤모델이 있으면 길이 서서히 그려진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렇기에, 나는 연봉을 2억 준다고 해도 나는 취업할 생각이 없다.


물론 일개 디자이너이자 PM능력정도가 다인 나에게 연봉을 2억이나 줄 회사는 당연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력서가 오픈되어 있던 오래전, 디자인 총괄 및 업체 컨트롤 담당을 하는 조건하에 6천만 원선 연봉제안이 마지막이었던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업무 내용을 보면 창업한 지금과 별반 다른게 없는 수준, 이것이 현실이다. 사실 창업한 대표님들도 대부분 나와 비슷한 입장이라는 것을 잦은 대화를 통해 알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저 일이 재밌고 즐거운, 하나의 일상인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일상을 뺏겠다는 제안이 달게 들려올리는 없을터, 그런 제안이 못 들어오게 성장을 갈구하는 길 밖에 없다.


이전에 썼던 글과 같이 꿈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것만이 창업자들에겐 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은 힘들어도 버텨야 하기에 인내심을 갖고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창업자들을 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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