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아이가 아니다.

by 혜윰

엄마 모시고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님 서글서글 친절하신데 말끝이 짧다. 엄마 머리 자르게? 어떻게 짜르까? 팍 짜르까 째까만 짜르까? 남의 엄마를 자신의 엄마처럼 호칭하는 건 그렇다 쳐도 다짜고짜 반말 하는 것은 영 듣기 거슬렸다.


얼마 전 치과 갔을 때도 마찬가지. 간호사나 의사 선생님들이 똑같은 어투로 엄마를 아이 대하듯 하더라. 엄마 양치는 하고 왔지? 진료카드 등록은 했고? 그동안 통증은 좀 어땠어? 대기 손님이 많응께 쪼금만 앉아서 기다려이.


동방예의지국이라며 노인을 공경하자던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노인을 애 다루듯 막말하는 게 관습이 됐나 모르겠다. 그러는 이유가 노인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라니 대놓고 비난할 수도 없다.


불쾌한 심정을 꾸욱 누르고 미용이 끝나기를 기다린 다음, 엄마를 모시고 가게 밖으로 나섰다. 엄마 머리 마음에 들어? 잘 자른 거 같아? 그랬더니 엄마가 조용히 한마디 하신다.


“머리야 깔끔하게 자르면 되지마는, 어째서 나한테 반말을 해싼다냐. 지가 나를 언제 봤다고 애 대하듯이 그런다냐. 몸이 고장 났다고 마음까지 고장 난 게 아닌디. 노인도 자존심이 있는디.”


순간 울컥 했다. 엄마 말씀이 백 번 천 번 옳다. 젊은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어르신들에게 말을 놓는지 모르겠어도, 엄마를 비롯해서 수많은 어르신들은 수시로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혹시 불이익이 갈까봐, 괜한 문제를 일으킬까봐 묵묵히 참고 계실 것이 틀림 없다


제발, 어르신들에게 함부로 말 놓지 않길 바란다. 당신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그때가 되면 당신도 분명 자식뻘, 손자뻘 되는 낯선 젊은이들에게 아이 취급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잊지 말자.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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