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천식이 심해지셔서 식사를 잘 못하신다고, 엄마는 이석증으로 어지럼증이 심해 걷기도 힘드시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시골집에 내려 왔지만. 음식도 할 줄 몰라, 텃밭 가꿀 줄도 몰라. 딱히 뭔가를 돕지도 못한 채 그저 엄마 아빠 곁에 있는 것밖에 할 게 없는 철부지 막내딸.
오후의 나른함에 취해 깜빡 잠에 들었다 깨어보니 마당에서 물소리가 난다. 갑자기 비라도 오는 것인가? 거실에 나와 창밖을 보고는 얼음이 되버렸다. 누군가 곱은 등으로 내 차를 박 박 닦아내고 있었다. 어지럽다면서, 힘도 없다면서, 잘 걷지도 못한다면서.
그런데 엄마는 왜 저러실까. 무슨 힘이 있어 내 차를 닦고 있는가. 내가 정말 엄마 때문에 못 산다. 엄마 때문에 단 하루도 허투로 못 산다. 정성껏 바르게 살아야 한다. 엄마 딸이니까. 엄마 사랑 철철 넘치게 받은 철부지 막내딸이니까.
by 혜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