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밉게 합리적이다.

by 혜윰

지난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밥 먹고, 라디오 들으면서 설거지도 하고.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청소도 하고, 내친김에 이불을 꺼내 베란다 창문 밖으로 먼지를 탈탈 터는데. 이불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순간 내 몸이 이불에 딸려 베란다 아래로 뚝 떨어질 것 같았다.

“딸!! 도와줘! 엄마 떨어질 것 같아!!!”


그 소리를 듣고는 딸이 방안에서 후다닥 달려온다.


“엄마 괜찮아?”


라며 걱정스레 묻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를 붙잡아 줄 생각은 안 하고 가만히 쳐다만 본다. 온 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이불을 끌어올린 후 딸에게 물었다.


“근데, 너 왜 엄마 안 잡아줬어?”


그러자 딸이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어, 둘이 떨어지는 것보다 한명만 떨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참으로 합리적인 답변이었죠. 아마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아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칭찬하고 싶지는 않았죠. 자꾸만 얄미워졌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꿀밤을 한 대 때리고 말았습니다. 누군가의 합리적인 판단은 상대방 입장에서 꽤 얄밉다는 의미와 상통 합니다.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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