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있다.

by 혜윰

우리 애 어렸을 때 용돈이 조금만 생겨도 문구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스티커나 인형 같은 걸 사 오길래. 돈 아깝게 쓸 데 없는 걸 왜 자꾸 사냐고 물었더니.


'내가 좋아하면 그게 쓸 데 있는 거지.'


라고 대답해서 한 방 크게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는 아이의 소비 패턴에 대해 일절 터치 안 한다.


맞는 얘기잖아.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고, 필요한 게 다르고, 그러니까 쓸 데 있는 물건이 다 달라. 어른도 마찬가지야. 누구는 명품이나 귀중품이 필요하고, 누구는 커피나 옷, 화장품 같은 게 필요해. 또 누구는 책과 노트가 필요한가 하면, 또 다른 어떤이는 그저 쉴 수 있는 공간만이 필요하지.


다들 필요한 게 다르고, 쓸 데 있고 없고의 기준도 달라.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기호나 성향의 차이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해. 힘든 세상, 자기가 좋아하는 거 보면서 잠깐이라도 행복하고 잠깐이라도 기운 내려고 하는 거니까.


정말로 쓸 데 없는 건, 남의 일에 이러쿵 저러쿵 함부로 간섭하는 습관이다. 다소 이해가 안되고 다소 마음에 안든다 하더라도. 그냥 존중하기로. 그냥 공감해주기로 하자.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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