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열풍이다. 그래선지 드라마도 오래 전 방영했던 전원일기, 토지, 사랑과전쟁, 아씨 와 같은 명작 드라마를 다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원일기' 를 즐겨 보고 있는데. 오래 전 영상이라 화질도 연출도 촌스럽기 그지 없음에도 스토리와 전개, 배우들 연기력은 최신 드라마도 따라할 수 없을만큼 완성도가 높다.
전원일기는, 캐릭터 한 명 한 명 서사가 짙고 리얼리티하여 매 편마다 감동이고 공감이라. 드라마 한 편을 보고나면 몸에 좋은 보약 한 첩 다려 마신 기분이 든다. 엔딩 자막과 함께 흘러 나오는 음악도 극의 여운을 주기에 안성마춤이고.
최근에는 <맏며느리> 편을 보았다. 이번 화의 주인공은 김회장댁 맏며느리인 박은영 (고두심) 이었다. 참하고 어진 며느리로 누구에게나 칭찬 받는 그녀. 시부모님께는 극진한 효도를, 남편에게는 현명한 내조를, 아들에게는 지혜로운 엄마로.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한 때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욕구도 있었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귀농하여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가족의 평화와 균형을 맞추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느라 매사 인내하고 수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버린 그녀. 말이 없는 그녀.
묵묵한 그녀. 묵묵하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 몫의 아픔과 타인 몫의 걱정과 타인 몫의 짐을 대신 짊어진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녀처럼 묵묵한 사람들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게 아닐까.
by 혜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