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피아노 콩클에 참여 했었다. 연주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으나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과정이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해서 보낸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콩클에 나간다고 하니 피아노 연습도 부지런히 하고 대회일자가 다가올수록 초조해 하기도 하는 모습이 귀엽기조차 했다.
콩클 대회가 있던 날. 함께 준비했던 친구는 대상을 목표로 했기에 친구도 그 부모님과 선생님까지 잔뜩 긴장에 차 있었고. 가볍게 경험 삼아 나온 딸은 그저 이 상황이 재밌고 신기한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여기저기 살펴보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된 딸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깡충 깡충 뛰며 무대 위로 올라가 사뿐히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선곡 자체가 어렵지 않은 곡이라 무난하게 잘 마친 뒤 나에게 돌아와 실수 안하고 잘 마쳤다며 너무 행복해 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상을 목표로 했던 친구였다. 이미 시작전부터 온 몸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기어이 무대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음을 하나 틀리더니 아이는 울상이 되어 그 다음부터는 허겁지겁 연주를 끝마쳤고, 연주가 끝나자 울면서 밖으로 뛰쳐 나갔다.
나와 딸이 걱정되어 따라가 보니 울고 있는 그 아이를 부모와 선생님께서 달래기는 커녕 오히려 혼을 내는 모습을 보았다. 뭘 잘 했다고 우는거야! 그러니까 연습을 더 많이 했어야지! 대회가 장난인 줄 알아? 바짝 긴장하고 실수하지 말았어야지!
잠시 후 결과 발표가 났다. 친구는 결국 대상은 커녕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고, 딸은 놀랍게도 금상(3등)을 받았다. 시상식이 시작됐고 특상 대상을 받은 아이들이 차분하게 상장을 받고 내려오는데, 마지막에 금상(3등) 을 우리 딸은 만세!!!! 를 외치며 내려 왔다.
그 모습을 보는 관계자들, 학부모님들이 죄다 웃음을 지었다. 물론 가장 많이 웃은 사람은 나였다. 딸이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우리딸 인생에, 그리고 나의 인생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행복한 추억 하나 새겼다.
by 혜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