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아이가 19살이 되고도 나는 아직 '엄마' 라는 호칭이 낯설고 어색하다. 그냥 내가 낳았으니까, 내가 보호해야 하니까, 내가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내 새끼고 그 새끼가 나를 엄마라 부르니까. 그러니까 엄마가 된 것이지 실상은 아직도 내가 엄마가 된 것에 적응이 안된다.
그뿐 아니라, 어른이 된 것에도 적응이 안되고.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이 된 것에도 적응이 안된다. 나는 아직도 15살의 겁 많고 수줍음 많고 생각이 많던 소녀인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고 어른이 된 것일까.
오늘 달리는 기차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어쩌면 달리는 기차와도 같지 않을까. 나는 가만히 그대로 있는데, 창 밖 풍경이 달라지고 옆자리 인연이 달라지고 머무는 공간이 달라지는 것. 아침에 출발했다가 해질녘이면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
그러니 엄마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어른이라는 역할이 어색해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것. 기차 안에 머무는 동안 최대한 무탈하게 무해하게, 그리고 평온하게 잘 머물다 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인생이 아닌지.
by 혜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