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쇼핑백을 들고 오시는 손님. 불길한 예감 그대로 옷을 꺼내시는데. 사간 지 한달도 넘은 여름옷이다. 한번도 안 입으셨단다. 입을 일이 안 생기더란다. 분명히 기억한다. 여름 옷 이것저것 고르시더니 터무니 없이 가격을 후려쳐 가져가셨다. 이렇게 하면 남는 거 없다는 나의 볼멘 소리도 무시하고 다음에 또 올게 하며 도망치듯 나가셨다.
그런데 이제 와 다른 옷으로 바꿔 가시겠다니. 8월에 사간 옷을 9월에 가져오시다니. 다른 걸로 바꾸시겠다는데 그냥 환불처리 하겠다고 했다. 에눌 적용된 가격으로 현금을 드리니 2천원 더 달라신다. 원래 부른 가격대로 달라는 얘기다. 총액에서 빼드린 건 기억도 안 난다며. 한 숨 푹 쉬고는 2천원 더 드렸다. 제발 다시는 우리 가게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장사하는 사람 똥은 개도 안물어 간다는 말이 있다. 도저히 먹을 수 없게 새까맣게 타버려서. 심히 절감한다. 좋은 분도 많으시지만, 상식이하의 진상 고객들이 너무 많다. 남이야 밑지든 말든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 남이야 속상하든 말든 자기만 후련하면 괜찮다는 식.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그럴 수 없으니 참는다. 참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참는다. 불처럼 올라오는 화를 하루종일 식힌다. 가슴에 새까만 재가 쌓인다. 속상한 마음 커피로 달랜다. 오늘따라 커피맛도 유난히 쓰다.
by 혜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