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2시에서 만나요

by 혜윰

옷가게 이름이 "오후2시" 다 보니 뜻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으시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생각나는 대로 대충 대답을 한다. 오후2시면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이잖아요. 저희 옷 입고 빛나는 하루 보내라구요.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기 좋은 시간이잖아요. 그래서요. 그냥, 어감이 예쁘잖아요. 라는 식이다. 하지만 내가 가게 이름을 "오후2시" 라고 지은 진짜 의미가 따로 있다. 특별히 감춰야 할 거창한 비밀까진 아니어도 가볍게 툭 알려드릴 이야기도 아니다.


2011년 7월. 그러니까 사업자를 내기 1년 전 나는 이혼을 했다. 5살짜리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 되었다. 내 인생이야 결혼생활보다 훨씬 윤택해질 것이 분명 했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 부모 아이가 돼 버린 딸아이 걱정이 컸다. 과연, 나 혼자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결핍 없이 외로움 없이 밝고 건강하게 잘 키울 자신이 있는가.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경제력이 되는가. 막중한 책임감과 막연한 불안감에 매일 밤 고뇌에 빠졌고, 다음날이면 폐인처럼 지친 몰골로 쇼핑몰 작업을 하였다.

그렇게 아슬아슬 하루를 버티던 중에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가 있었다. 홍진경의 '두시'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슨 모델이 라디오 진행을 다 하지? 하면서 무심히 듣기 시작 했는데, 웬걸 말을 어쩜 그렇게 재밌게 잘하던지. 특유의 재치와 코믹한 말투, 꾸밈없는 웃음소리에 중독 되어 매일 그 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듣다가 너무 웃겨서 박장대소를 했고, 일을 하다 말고 방바닥에 누워 배꼽을 쥐고 웃기까지 했다. 너무 웃어서 배가 아파 울기까지 했다.


그 날 이후 홍진경은 내 웃음버튼이 되었다. 그 날 이후 오후2시는 내가 유일하게 웃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내 인생 최초의 사업장 상호를 "오후2시" 로 짓게 되었다. 이곳에서 나도, 내 딸도, 내 손님들도 모두모두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흔한 이유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털어놓기 힘든 얘기다. 이제야 밝힌다. 시시한 뜻일망정 나에게는 너무나 애틋한 상호다.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시간, 오후2시. 이곳에서 우리 만나요.^^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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