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조기폐경 (프롤로그) - 스물 셋에 폐경이라니

난소 나이 60대 이상이랍니다

by 해연

생리를 하지 않았다. 할 때가 되었는데도 자꾸 늦어지더니, 5주, 6주 그리고 급기야 2달이 넘도록 생리를 하지 않았다. 임신 걱정에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가만히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생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가슴이 마구 뛰었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왔던 스물 셋. 내 앞날이 창창한데, 설마 임신은 아니겠지. 그 생각이 들때마다 남자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아닐 거라며 날 안심시켰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임신테스트기가 한 줄인데도 임신일 수 있을까? 생리를 안하는 유일한 이유는 임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산부인과를 찾았다. 선생님은 스트레스나 다이어트로도 생리는 늦어질 수 있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 내가 요즘 살 쪘다고 너무 안먹긴 했어, 그곳에서 괜히 이유를 찾았다. "요즘 20대 여자들 생리 불순이 얼마나 많은데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3개월이 지나도 생리를 안하면 다시 한 번 방문해보세요." 병원에 다녀온 날 생리를 시작했다. 아싸, 생리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 때 불안했던 기억 때문에 피임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피임약을 먹으니 한 달 주기로 꼬박꼬박 생리가 나왔다. 성관계를 하고 나서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 정도 복용하고, 휴약기를 시작했다. 휴약기를 시작하고 1달, 2달, 또 3달 생리가 나오지 않았다. 피임약을 복용했으니 임신일 리는 없었다. 1년 전 3개월이 지나도 생리가 나오지 않으면 방문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질 초음파를 봤고, 선생님은 내원 기록을 살피며, 생리가 자꾸 지연되니 여성 호르몬 검사를 권했다. 피를 뽑아 외부 기관에 보내야한다고 했고 비용은 20만원이 넘었다. 아.. 별일 없을 것 같긴한데... 돈 아까운데... 고민하며 팔을 내 밀었다. 3통의 피를 뽑았다.


일주일 뒤,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설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계속 있었다. 내 지난 생리 인생을 떠올렸다.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것 같았다. 10대 때는 생리양이 너무 많아 고생했다. 교복에 생리가 새고, 잘 때는 엉덩이에 휴지를 끼고, 매트리스에는 강아지 배변 패드를 깔며 살았다. 나만의 생리 새지 않는 법에 대한 노하우도 여러개였다. 그러다가 20대를 지나며 생리양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생리가 지연됐고...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민 결과지에는 뭔지 모를 알파벳과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AMH 0.02
FSH 120


숫자의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표정은 읽을 수 있었다.


“난소 나이 60대 이상.. 조기폐경이에요.”

결과지에 적힌 내 나이, 만 23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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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