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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훈 Jul 17. 2018

영화 리뷰 : 미드나잇 선

여름밤 이기에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영화 <미드나잇 선>은 흔한 클리셰로 가득한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햇빛에 닿으면 안 되는 XP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케이티에게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직 창문 밖을 바라보거나 방 안에서 기타를 치는 일상이 그녀의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밤 밖으로 나와 버스킹을 하던 그녀의 앞에, 어릴 적부터 매일 그녀의 집 앞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던 케이티의 짝사랑 ‘찰리’가 나타난다. 어버버 도망가는 케이티는 마치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벗어놓듯이 그녀의 노트를 빠트리게 되고, 그 노트를 연결고리 삼아 시작된 풋풋한 남녀의 사랑은 매일 밤 이어진다. 이후는 얘기 안 해볼 테니 한번 잠깐 상상해보길. 아마 예상되는 그 전개가 그대로 펼쳐진다.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햇빛에 미세하게 노출되어버린 케이티에게는 죽음이 가까워지고,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의 끝내주게 잘생긴 남주인공인 찰리는 그녀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며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을 약속한다. 

꽤나 작위적이고 흔한 신파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밤이라면 이 영화를 감상해보길 난 추천한다. 잠깐 술이 떠오른다. 취하고 싶은 날 쓴맛을 참아가며 털어 넣듯 마시는 소주, 입안에 조금씩 머금고 혀를 튕기며 그 본연의 맛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은 와인 그리고 시원한 강바람과 눈앞에 반짝거리며 찰랑 거리는 여름밤 한강에서의 기분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줄 캔맥주는 그 제각각의 의미가 다르다. 영화를 본다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드나잇 선>은 한 여름밤 한강에서 마시는 시원한 캔맥주 같은 영화이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 아니라 수줍고 솔직하게 서로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여름바다에서의 두 남녀의 입맞춤을 보는 것은 흐뭇한 설렘을 전해줄지도 모른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담담하고 가벼운 기타 멜로디에 목소리를 얹은 케이티의 노래도 그 시원함을 더해준다. 


완성도에 있어 아쉬운 영화이긴 하다. 하지만 여름밤이기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의 손을 잡고 감상해보시길. 

그리고 조금 더 시원하고 기분 좋은 설렘이 당신의 마음속에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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