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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과해원 Mar 31. 2016

10. 한 달에 35일 비가 내리는 섬

- 일본 야쿠시마섬 여행 (2)

잠깐 비를 피하던 카페


맑게 날이 갠 것도 잠시, 한여름의 장맛비처럼 비가 내렸다. 아니 다시 비가 그치고, 또 다시 땅을 뚫을 듯이 비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이 상태로 조몬스키를 보러 산에 올라갈 수는 없었다. 조몬스키가 있는 곳은 편도로 4시간 정도의 산행이 요구되는 곳으로 산 속 깊숙이는 바위가 미끄럽고 더욱 비가 거세게 내린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도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를 피해 잠깐 카페에 들릴 수밖에 없었다. 비를 피하려 들어간 곳에서 만난 야쿠시마 소개 글이 인상적이어서 찰칵.


우선 숙소 근처 동네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아주머니 두분이 "오하이요 고자이마쓰"하고 일본 영화에서 들어본 듯한 온화하고 따뜻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주셨다(야쿠시마에 머무는 동안 모든 아침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오하이요'하는 인사말이 얼마나 정겹게 느껴졌던지^^). 카페에서 동네 어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며 여유롭게 아침 시간을 갖는 가운데 우리 일행은 삼나무 전시관이나 교육센터를 방문하여 야쿠시마라는 섬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하던 카페



본격적으로 야쿠시마라는 섬에 대해 알아보려고 우선 야쿠시마환경문화센터(Yakushima Environmental and Cultural Village Center)를 찾았다. 야쿠시마환경문화센터는 야쿠시마의 지형, 지질, 식생 등의 그곳 얼굴과 그곳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여 가꾸어 온 역사와 문화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곳을 방문하는 것이 카페 아주머니들의 "오하이요 고자이마쓰"와 같은 가장 친절한 인사 같다.



야쿠시마는 일본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원형 모양의 섬으로 505㎢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 면적이 1833.2㎢에 비하면 작은 크기이지만 섬 중앙에는 겨울이면 모두 눈으로 덮이는 해발 1,8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위치하고 있어 전체 면적의 75%가 산악지대이다.  제주도에 비하면 원시림이 더욱 보존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쿠시마는 ‘바다의 알프스’라고도 알려져 있다.


(좌) 야쿠시마 자생하는 반얀나무의 위치 지도 (우) 야쿠시마 섬의 지질 설명 그림


우리나라와 꽤 가까운 야쿠시마섬의 위치


야쿠시마 섬은 많은 지역이 화강암으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Maekdake부터 Okudake까지는 화강암으로만 이루어진다. 야무시마 화강암은 원주형 블록으로 쉽게 쪼개진다. 이것은 지표 아래에서 화강암이 서서히 냉각을 하는 결과로서 유발된다. 지하 화강암은 1,000년 마다 1미터 씩 빠른 속도로 솟구친다. 이는 많은 비로 인한 침식에도 불구하고 지상에 화강암지대를 나타나게 했으며 이는 높은 산으로 이루어진 섬을 탄생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제주도와 같이 화산 폭발로 생성된 후 지층이 융기되어진 섬이다. 새벽에 느꼈던 먼 땅에서 전해져 온 흔들림의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었다.      


야쿠시마의 1,400만년 전의 지형(좌)과 6,000만년 전의 지형(우)(출처 : Diagram Yakushima)



또한 ‘한 달에 35일 비가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균 강수량이 4,000mm ~ 10,000mm이다. 이렇게 많은 강수량은 쿠로시오 난류와 야큐시마의 지형적 특징으로 인한 것이며, 이것은 야쿠시마의 자연을 특별한 숲과 식생으로 풍부하게 해주는 근원이다.


쿠로시오 해류는 길이 200km의 규모를 나타내지만 빠른 유속을 보이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좁은 구간인 40km 이하로 한정되어 있다. 또한 쿠로시오 해류의 깊이는 600~700m에 달한다. 유량은 평균 3,000만㎥/s이며 표면 온도는 15~30℃이다. 쿠로시오 해류는 야쿠시마 계절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겨울에도 야쿠시마는 약 12℃로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나타낸다. 야쿠시마의 기온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아열대 기후의 다양한 식생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야쿠시마는 식생의 수직적 분포해 독특한 모습을 나타낸다. 야쿠시마는 고도별로 아한대 기후부터 아열대기후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아한대 기후는 주로 높은 산에 나타나며 아열대 기후는 해안 근처에서 나타난다. 산정상은 다양한 원시 식물이 나타나며 이는 야쿠시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야쿠시마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지질, 지형, 기후는 섬의 축복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보이며 1,900종이 넘는 식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80종은 야쿠시마 원산의 식물이다. 야쿠시마는‘동방의 갈라파고스’이다. 야쿠시마의 고도별 식생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미야노우라 산의 경우, 고도 1,000m까지는 상록 활엽수림 지대이며 일본 노각나무, 밤나무, 반얀나무, 북가시나무 등이 있다. 그리고 1,000m ~ 1,630m의 경우, 혼합침엽수림이 위치한다. 여기에는 야쿠스키 삼나무와 전나무, 솔송나무, 회양목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1,630m 보다 높은 고지대는 아고산대 지대로 진달래속 식물과 괴남풀, 조릿대 등 관목 위주의 식생이 위치한다. 산정상부의 바람세기가 강하기 때문에 식생이 크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좌) 혼합림, 삼나무림(1,000m 이상)  (우) 아고산지대 관목 위주(1,630m 이상)


야쿠시마 세계유산 센터(Yakushima World Heritage Conservation Center)에서는 야쿠시마 섬 중 세계자연유산 구역으로 설정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야쿠시마는 1993년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섬으로 한라산과 비교하여 구성 식생종의 차이는 있으나, 고도에 다른 수직적 식생분포 및 고산지대의 삼나무 고사현상, 노루, 원숭이 등 야생동물에 의한 식생영향 등 한라산 구상나무가 처하고 있는 상황이 흡사한 부분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교하였을 때, 보존 계획과 관리 등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궁금하여 살펴보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고도에 따라 지역에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야쿠시마 사람들은 보통 해안가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그들은 마을을 “Sato(community area)"라고 부르고, 마을에서 앞쪽의 산까지는 ”Mae-dake(frontal mountains)"라고 부르고, 또 앞쪽의 산부터 뒤쪽의 산까지는 “Oku-dake (back mountains)"라고 신의 영역이라고 불렀다(미아노우라다케봉이나 조몬스키 나무가 있는 곳이 포함된다). ”Mae-dake"는 신과 사람의 만나는 영역으로 이 공간에서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연료나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 입구에 해당하는 곳에 상징적인 문을 만들고 지날 때마다 “Takemari"라고 부르는 신에게 인사를 드렸다는 전통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 특이한 것은 ”Mae-dake"라 불리는 인간과 신이 공존하는 지역인데, 야쿠시마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신을 상정해 둠으로써, 자연과 자신들의 관계를 조율해나갔던 것이다. 자연에 크게 개입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필요로하는 것은 자연에게 감사하게 구하는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또한 자연에 크게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삼나무 후대목을 양성하는 방법에서도 드러나는데 삼나무 고사목이 스러져있는 그 자리 바로 위에 삼나무 모수를 기반으로 후대목을 식재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관점에서 쓰러진 나무는 세상에 존재 가치가 없어 치워 버려야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쓰러진 나무는 그 자체로 수많은 양치식물과 곤충들의 서식처가 되며, 삼나무는 모수의 영양을 받아 더 활발한 생장을 보이는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Mae-dake"와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좌)고사목 기반한 수목 식재 예시 (출처 : Diagram Yakushima) (우)고사한 삼나무를 기반으로 자라나는 수목


(좌) 부러진 야쿠스키 나뭇가지 전시  (우) 벌채 도구 전시


야쿠삼나무자연관(Yakusugi Museum)에서는 원시의 섬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되면서 섬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현재 야쿠시마 사람들에게 삼나무 원시림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야쿠스키’는 야쿠시마에 자생하는 나무를 말하는데 보통 1,000년 이상의 삼나무를 말한다. 전시관에는 ‘생명의 가지’라고 불리는 2005년 떨어진 조몬스키의 가지 일부(길이 5m, 직격 1m, 무게 1톤)를 전시하고 있다. 야쿠시마 사람들의 삼나무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큰 나무의 가지 하나도 고이 여기며 전시하는 반면에 전시관 한편에 삼나무 벌채에 관한 전시도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삼나무 원시림을 어떤 방식으로 훼손했는지, 그 이후 어떤 방식으로 보전하고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살아 있는 삼나무의 현실과 더욱 가까이 맞닿을 수 있었다.                         


전시관에서 살펴 본 야쿠시마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야쿠시마 섬의 미야노우라 코스 산행을 계획했다. 일본 원시림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관찰하고, 보호지역 지정 등 식생을 보전, 복원, 관리하기 위한 활동 등을 답사하여 우리나라의 자연유산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미야노우라봉은 야쿠시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미야노우라다케(Miyanoura-dake, 해발 1,936m)로 불리는 지역인데 왕복 10여 시간이 소요되었다. 조몬스키를 만나러 가는 산행 코스 또한 왕복 10여 시간이 소요되어 야쿠시마의 산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너무 외져 있어서 정작 일본인 중에도 가본 사람이 많지 않은 지역이었다. 밥을 먹으러 갔던 식당의 아주머니나, 숙소 주인장 할아버지께서는 기상 상황이나 긴 산행 시간 때문에 조몬스키를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다며 몸 조심히 다녀오라고 응원해 주셨다.



야쿠시마 여행기는 (4)편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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