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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과해원 Mar 30. 2016

9. 미지의 섬, 야쿠시마

- 일본 야쿠시마섬 여행 (1)

미지의 섬으로 출발!

- 일본 야쿠시마섬 여행 (1)


미지의 섬,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생명과 인류가 번영하는 동안에도 온갖 생명들로 가득찬 곳.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닿아본 적 없는 세계로 향한다는 설렘을 안고 섬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하는 동안에도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빗발쳐 비행기 창에 피아노 건반 같은 반듯한 선 자국이 남았다.


후쿠오카행 비행기


빗방울 자국이 마를 즈음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본 본토를 거쳐야했다. 후쿠오카에서 국내 항공 비행기를 타고 우리의 목적지인 야쿠시마로 향하려고 했는데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었다. 심원한 시간이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길 바라며 고요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야쿠시마행 비행기가 지연된 상황


이 섬과 나의 인연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세상에 가장 오랫동안 존재하는 생명들을 찾아나선 답사기에서 야쿠시마라는 섬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레이첼 서스만은 <위대한 생존>에서 세계 곳곳 2,000살 넘은 생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 사진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체를 담고 있는 과거의 이미지인 동시에 인간의 통상적인 시간 개념을 훨씬 넘어선 시간 영역으로 우리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생물들의 초상화였다. 그 중에서도 단연 7,000살이 넘었다는 야쿠시마의 ‘조몬스키’라는 삼나무가 독보적이었다. 야쿠시마와의 인연은 사진 속 ‘조몬스키’로부터, 아니 ‘조몬스키’가 태어났다는 몇천 년 전의 시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온 듯 했다.


야쿠시마섬으로 들어가는 소형 비행기


드디어 야쿠시마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국내선 소형 비행기라 작은 기류에도 기체가 곧잘 흔들렸다. 안전벨트를 하고 앉아있자니 날개 옆 펜이 돌아가는 진동 때문에 온 몸이 울렸다. 나와 다른, 나를 넘어선 존재에 대한 압도감이나 경외감이 이렇게 나를 사로잡는 걸까? 그곳에 가면 일상생활 속에서 메말라 있던 감정들이 샘솟을까? 미리부터 섬에 떨어져 느끼게 될 막막함, 미지에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자 승무원이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작은 사탕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달콤한 기분으로 섬에 다가갔다. 섬 가까이 해변에는 하얗게 파도가 묻어있다. 섬 바로 위 창공에만 구름이 몽실하게 피어 올라있어 더욱 포근한 느낌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열대의 섬나라에 온 듯, 높은 습도와 한 낮 동안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의 기운이 반겨주었다.                    


작은 야쿠시마섬 공항 전경


섬은 가보지 못한 제주도의 모습 같았다. 요즘 같이 제주도 붐이 일어나기 이전, 개발로 몸살을 앓기 이전 제주도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난대 기후에서 볼 수 있는 잎이 넓은 상록수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고,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작은 마을과 한적한 도로가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보니 버스 앞 쪽에 모든 버스 정류장 표시가 된 전광판(?)이 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반짝이는데 영 전광판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우리가 내야하는 버스비도 알 수 없었고. 온갖 추측 끝에 알고보니 전광판에 표시된 금액 만큼 버스 기사님께 계산해드리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예약해 둔 민슈크집. 그러니까 민박집에 도착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을 법한 선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반겨주셨다. 옛날 공책에 방의 수대로 칸을 하나하나 그리고 날짜 별로 어떤 사람이 묵어가는 지 장부를 만들어 두셨는데 자를 대고 하나하나 그려나간 것이 역력하여 내가 괜히 고맙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장부에 숙소를 예약해 둔 표시는 없었다. 나의 실수로 당일이 아닌 다음 날로 숙소를 예약했던 것! 더군다나 할아버지가 영어를 스무 단어 이내로 할 수 있으시고, 우리 또한 비슷한 수준이라 이 문제를 해결하고 오늘의 숙소 예약까지 해내기 위해 일행들은 가지고 있는 손과 발을 모두 내어 놓고 온 몸으로 이야기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지의 섬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었다. 설렘으로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새벽 어스름이 오를 때 누워있는 천장이 흔들려 잠에서 깼다. 한 차례 더, 몸이 닿은 바닥의 표면과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진도 7.8도의 지진이었다. 마을 어귀에서는 쓰나미가 밀려올지 모르니 해안가에서 대피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재난 대피 방송 중


다행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날이 밝았다. 묵고 있는 숙소의 주인장 할아버지는 이 정도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천하태평이셨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자연이 보낸 신호라고 느껴졌다. 야쿠시마 섬 사람들은 자연이 보낸 메시지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 날 땅에서 신호를 보내온 지점




언젠가 야쿠시마에 가게 된다면 배를 타고 가겠어요^^; 야쿠시마섬 여행기는 (4)편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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