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흡연

나의 기다림

by 책읽는고무신

얼마 전 본 일본 시리즈의 삽입곡 가사 하나가 오래 남았다.

“마지막 키스는 담배 냄새의 추억이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남편과 연애 시절까지 합치면 거의 35년 동안

담배 냄새와 함께 살아왔다.

기억 속의 많은 장면에는 늘 그 냄새가 배어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이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세계적인 통계를 들춰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그 결과를 충분히 체감하며 산다.

내가 피우지 않는다고 해서

이 땅에 사는 한 완전히 안전한 공간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남편과 살면서

바가지를 긁어 금연을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였다.

그는 늘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이유로

담배를 내려놓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억지로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착한 며느리를 맞았다.

남편은 며느리에 대한 배려만큼은 유난스러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며칠 전부터 담배 냄새를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아버지로서

담배 냄새 풀풀 나는 인상을 며느리에게 만큼은 남기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잘 됐다’ 싶었지만,

경상도 말로 아나땅콩.택도 없다는 뜻이다.

며느리가 다녀간 뒤

그동안 고팠던 사람처럼

줄줄줄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우리 아파트는 오래된 데다

금연 아파트도 아니다.

남편은 최근들어 재택 근무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혼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주변에서 손주를 본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며느리 갖고는 안 된다.

손주 태어나면 한 방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는

아기와 대면하려면

최소 3개월은 금연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이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라

새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에게도

그런 축복의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편의 금연을 도울 것이다.

마음 약한 내 남편.

그때는 아마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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