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사의 심리학
옷장사를 하다 보면 손님들의 유형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말을 섞지 않아도, 옷을 고르는 방식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된다.
내가 가게를 운영하며 느낀 손님들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쇼핑전문형.
문이 열려 있으니 부담 없이 들어와 시간을 보내듯 옷을 둘러보는 사람들이다.
옷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구매 욕구는 크지 않다.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알뜰하게 살면서도
자신을 가꾸는 일에는 적당한 관심을 두는 스타일이다.
옷장사들이 말은 안 해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타입이다.
둘째, 목적 지향형.
이미 마음속에 ‘이런 옷을 사야겠다’는 그림을 그려두고 가게를 찾는다.
어떤 행사나 모임에 입을 옷을 미리 상상해 두거나, 마땅히 입을 옷이 없을 때,
그 기준에 맞는 옷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지만,
‘이거다’ 싶은 옷을 만나면 망설임 없이 구매한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성격치고는
의외로 교환율이 가장 높은 타입이다.
셋째, 충동구매형.
이 부류를 위해 쇼윈도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사를 마친 뒤, 장을 보기 전이나 보고 난 뒤
눈에 꽂힌 옷이 있으면 즉흥적으로 구매한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가게 앞 돈가스 집 앞에서 식사 전 구매로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관념 쪽으로는
가족들의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은 타입이다.
넷째, 패셔니스타형.
새 물건이 들어오는 날이면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는 옷쟁이들이다.
어느 옷가게를 가도 자연스럽게 대접받는 사람들,
한마디로 옷을 사랑하는 이들이다.
비슷한 옷이 집에 있든 없든, 예쁘면 일단 사고 본다.
대신 다른 소비에서는 비교적 절제하는 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을 꾸미는 의류나 가방 신발 액세서리만큼은 매의 눈으로 직접 골라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나의 대부분의 단골들은 이 부류에 속한다.
나보다 더 뛰어난 안목으로 옷을 입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가게 주인인 나 역시
그들에게서 배우고, 자극을 받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유형일까.
만약 옷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해본다면,
나는 목적 지향형과 충동구매형 사이,
어쩌면 충동구매형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마음먹고 옷을 사러 가면 정작 마음에 드는 옷이 없을뿐더러 가격대가 신경 쓰여서,
그때그때 눈에 띄는 스타일을 발견하면 결국 지갑을 여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나를 객관화시켜봐도 그다지 우수 고객의
범주안에 들진 않는다.
그러니 내가 물건을 살 때에도 직업병처럼 역지사지 모드가 발동되어
나도 모르게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습관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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