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던 겨울

엄마의 빈자리

by 책읽는고무신

엄마, 금순 씨는 거동이 불편해지자

끔찍이 아끼던 오빠네 집을 마다하고

우리 집으로 들어오셨다.

짐보따리를 푸는 모습은 조용했고,

그 선택은 단호했다.


엄마가 들어오신 때는 여름이었다.

에어컨은 하루 종일 돌아갔고

그해 전기세는 역대 최고를 찍었다.

덕분에 우리도 처음으로

시원한 여름이라는 것을 함께 누렸다.


겨울이 되자

이번에는 도시가스보일러를 종일 틀게 되었다.

엄마는 우리 집이 남향이라 따뜻하다고 했지만,

바로 옆 대단지 아파트 때문에

햇볕은 오래 머물지 않는 집이었다.


엄마는 당신께서 살던 집과 비교하였는지

“여긴 와이리 따시노.”라고 하셨다.


병약한 노인과 함께 살다 보니

살림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었다.

둘이 살 때는 상상도 못 하던 난방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거실과 방의 보일러를 동시에 켜고

수시로 껐다 켰다를 반복하지 않았다.

두꺼운 옷으로 버티던 겨울 대신

집 안에서 반팔을 입고 지내는

이상한 호사가 시작되었다.


까짓것, 가스비 좀 더 나온다고

인생에 큰 흠집이 생기겠는가.

앞으로 우리도 언젠가는

중늙은이가 될 텐데,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계셨던 삼 년 동안

우리 집 가스비는

매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시간만큼은

아까운 줄 몰랐고

겨울이 그리 길지 않았다.


엄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고 나자

전기세와 가스비는 물론

관리비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내가 엄마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해드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과금 고지서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엄마가 있었던 시간은

많이 풍요로웠다고,


올해 들어 도시가스비가 많이 올랐다.

나는 다시 전원버튼을 만지작거린다.

시간을 조절하고

온도를 조절하고

외출 여부를 확인한다.


평수 넓은 아파트에서

가스비 최고치를 찍어도

단 한 번도 아깝지 않았던,

엄마가 함께 있었던

그 겨울이 자꾸 떠오른다.


내 인생을 통틀어

다시 오지 않을

가장 따뜻했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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