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와 홍도의 동거시작
티브이 홈쇼핑에 나왔다 하면 매진이라는 신화를 이어가는 로봇 청소기를 큰맘 먹고 장만했다.
서른 평대 거실 넓은 구축 아파트에서 결국 새집으로 갈아타기엔 실패하고, 리모델링을 결심했으나 그 또한 만만찮은 견적 앞에 마음을 접었다.
살면서 하는 리모델링은 생각보다 더 다양한 고충이 따랐다. 그래서 급한 것부터 하나씩 바꾸기로 했고, 대안으로 로봇 청소기를 먼저 들이게 되었다.
광고처럼 이 청소기는 처음엔 집 구조를 학습한 뒤 구석구석을 다니며 스스로 먼지를 털어내고, 물걸레질도 하고, 더러워진 걸레는 뜨거운 물로 세척한 다음 말려 놓는다.
마치 사람이 한 듯 깔끔한 청소 결과에 감탄하게 된다.
이 청소기를 제일 반기는 가족이 있다. 바로 우리 집 고양이, 홍시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듯 긴장하며 바라보다가, 시간이 지나자 홍시는 로봇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 뒤로는 청소하는 내내 로봇을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장난도 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로봇은 스마트폰으로도 원격 조종이 가능해 사람이 집에 없어도 청소가 가능하다.
아마 내가 밖에서 청소를 작동시키면, 심심한 홍시는 로봇 등에 올라타 집 안을 함께 누빌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로봇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이름도 지어주게 되었다.
이름은 '홍도'. 우리 홍시의 동생이라는 뜻이다. 물론 서열은 분명하게, 언니는 홍시다.
앞으로 홍도는 언니 홍시를 태우고
노랫말과는 반대로 울지도 않고 , 힘든 청소도 꿋꿋이 해낼 것이다.
나는 오히려 홍시에게 홍도를 잘 부탁하며, 자매지간의 정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청소는 물론이고 홍시의 분리불안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미래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