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모자지간
라디오에서 우리나라 지폐 인물들의 태어난 순서를 맞히는 퀴즈가 나왔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세종대왕–이황–신사임당–이이
이것이 바로 정답이었다.
직접 맞혀보려고 지폐 네 장을 책상 위에 나란히 펼쳐놓았다.
그러다 새삼 떠올랐다.
이 네 사람 가운데 모자지간이 있다는 사실.
바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우리 역사에서 이런 조합이 또 있을까.
율곡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장.
“우리나라 사상 최고의 천재.”
장원급제 아홉 번.
그 천재의 어머니가 바로 신사임당이다.
신사임당을 검색해 보면
시·그림·글씨에 모두 뛰어났던 신 씨 가문의 차녀, 이름이 없다
호가 ‘사임’인 인물.
남편 이원수와 *예기*를 논하고,
그 실력을 송시열이 직접 발문 할 정도로 인정받았던,
가난한 양반집 며느리였다.
지폐 속 두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들은 어머니를 그대로 빼닮았다.
아들의 두뇌는 모계를 닮을 확률이 높다는 유전학적 학설이 맞다면,
지금 시대에 신사임당이 수능을 치른다 해도
전국 수석을 거머쥐지 않을까.
그 시대에 그분의 학문적 재능을 감안해 본다면,
그리 과한 상상도 아니다.
5만 원권에는 신사임당,
5천 원권에는 율곡.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두 사람이 이렇게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만약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혹은 Al의 힘을 빌어,
두 사람을 티브이에 재현시켜
서로의 공부 방법에 대하여 토론을 한 뒤,
이 시대의 백성들에게 그들의 알짜베기
지식을 알려주는 이벤트를 한다면,
유례없는 선조들의 독특한 조합에
온 국민이 티브이 앞에 앉아
자랑스럽게 지켜보지 않을까
몇백 년 전의 위인을 우연히 떠올려서,
이렇게 존경스럽고 흐뭇하기는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