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처절한 선택
말들이 사지를 묶고 끌고 가며 젊은 육체를 생으로 찢는 능지처참.
그 끔찍한 형벌로 남편 황사영을 잃은 난주 마리아는
시어머니와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유배길에 오른다.
그녀는 정약용의 조카이며, 황사영의 아내이자
정하상 바오로의 누이였다.
유복한 양반 가문에서 자라 뼛속까지 교양이 깃든 여인이었지만
그녀의 삶은 조선 후기의 종교 탄압 앞에서 처참히 무너진다.
제주도로 향하는 배 위,
그녀는 몰래 감춰 두었던 패물을 사공에게 모두 건넨다.
그리고 애원한다.
"추자도에 들러 아기를 내려두고 갑시다."
제주에서 관노가 되어 살아가는 것보다
차라리 이름도 모를 섬에 아기를 맡기는 것이 낫다고 믿었다.
이미 감옥에서 아기 경한의 옷에
이름과 생년, 가문을 자수로 수놓아둔 터였다.
그녀는 모든 걸 준비한 어미였다.
그리고 훗날, 그 아이는 오 씨 성을 가진 어부에게 발견되어
새 삶을 얻게 된다.
그러나 어미와 아들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난주 마리아는 끝내 제주에서 관노로,
60여 세의 생을 조용히 마감했다.
진도에서 추자도로 향하는 배의 이름이
‘산타 모니카’라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이름엔 아마도 성모 마리아의 고통,
자식을 먼저 놓는 어미의 비애가
파도 위에 실려 있는 듯하다.
한국 천주교 성지 중
가장 외롭고도 멀리 떨어진 섬, 추자도.
그 섬에는 종교와도, 시대와도 상관없이
모든 어미들이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가장 처절한 선택이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