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메는 갈비
나는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남편의 몇몇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어울리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누구나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면 코흘리개 시절로
되돌아가 어린아이가 되듯,
그 친구들과는 세월이 흘러서 만나도 금세 이십 대 왁자지껄했던 시절로 돌아가 세상사의 어떤 고민도 다 털어버리곤 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가까웠던 한 친구가 췌장암 진단을 받고 3년 넘게 투병 중이다.
우리도, 그 친구도 바쁘다는 이유로 한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투병 소식을 들은 뒤부터는
늦게나마 새로운 추억 쌓기에 들어갔다.
비 오는 날이면 남편과 나는 차로 한 시간 남짓 한 친구의 병원에 드라이브 삼아 점심을 먹으러 갔다.
췌장암이라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친구는 재활병원에서도 워낙 유쾌해서, 자기보다 더 높은 ‘암’은 없다며 자신 앞에서는 아무도 덤비지 못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늬만 환자일 뿐, 예전 그대로의 골통 기질이 수시로 튀어나온다.
그럭저럭 3년을 잘 견뎌내고 있으니 완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한동안 친구를 위한 기도에 집중했다.
친구는 수십 차례의 항암 치료를 견뎌낸 몸으로 내 아들의 결혼식에까지 참석해,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솜씨를 발휘해 우리에게
센스 있는 사진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아 마음이 불안했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어렵게 약속을 잡고 점심을 함께했다.
통증이 잡히지 않아 모르핀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우리도 친구도 태연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밥을 먹으며, 옛날이야기와 한창때의 우스갯소리로
애써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커피를 마시며 간혹 표정을 숨기는 친구를 보며, 예전과는 또 많이 달라진 몸 상태가 불안하여 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솜씨 좋은 친구의 아내는 우리가 온다는 걸 알고 귀한 갈비를 재어 보자기에 곱게 싸 두었다며 건네주었다.
평생 고깃집을 운영하며 두 아들
모두 박사로 키워낸 사람,
남편이 암에 걸리자 생업을 제쳐두고 병간호에 온 힘을 쏟아온 여장부 같은 아내였다.
이 와중에도 그녀는 손수 만든 고기를 우리 손에 쥐여주었다.
내가 먹어본 갈비 중 최고의 맛이다.
하지만 갈비를 먹으며 이런 기분을 느낀 것도 처음이다.
밥이 꿀떡꿀떡 넘어가지 않는다.
남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많은 갈비를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 먹을 수 있을까
#우정
#오래된 친구
#투병의 시간
#췌장암
#함께 견디는 삶
#비 오는 날의 점심
#병원으로 가는 길
#웃음으로 버티다
#아내의 시간
#밥 앞에서 멈춘 마음
#기도하는 일상
#나이 들어간다는 것
#우정
#오래된 친구
#투병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