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가져다준 웃픈 이야기
나는 전공과 무관하게
이십 대 초반 무렵부터 줄곧 의류 관련 일을 해왔다.
결혼 후 아이를 낳은 후에도 다시
일을 하게 되었고
십수 년 동안 그 일 말고는
나의 역량이 발휘되는 다른 직업을 찾지 못했다.
오십 대에 접어들면서
은퇴에 가까운 마음으로 차린 것이
지금의 깜장고무신이다.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큰 욕심은 없었다.
재래시장 근처였고,
하루 부식비 정도만 벌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시장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진열대나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잡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이어온 가게 매출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이닥친 불경기 한파는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매출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아무리 진열을 바꾸고
분주히 움직여도
손님들의 발길은 꿈쩍하지 않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경기 앞에서
나는 한마디로 속수무책이었다.
틈틈이 책을 읽긴 했으나
그즈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독서시간을 늘려가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가게 한편에는 책 더미가 쌓이게 되었다.
내돈내산 책에다 지인에게 기증받은
책까지~~
손님들은 종종
“책도 파세요?” 하고 물었다.
막역한 단골들은
내가 책에 파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때로는 말을 아껴주기도 했다.
하지만 옷가게에서
책만 읽다 적자가 이어진다면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다.
진지하게 작년한해
매출과 지출을 계산해 보았다.
적자만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된다.
이대로 가게를 유지해도 될 것인가
아니면, 아예 북카페를 차려
손님에게 커피도 팔면서 독서클럽 같은 것을
만들어 볼까
월세나 경비만 빠지면
나도 같이 마음껏 읽고 쓰며
분위기 있게 한번 살아볼까?
그러나 요즘 인테리어는
손만 대도 몇천이 든다는데
목돈 들여 오픈해 놓고
젊은 사람 코빼기도 없는 재래시장
북카페에서 책을 읽을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차라리 지금처럼 티셔츠 한 장이라도 파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멈춘다.
어쩌다 보니
옷보다 책이 많은 옷가게,
전국에 이런 옷가게가 또 있을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장사꾼은
이렇듯 달갑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별다른 대책 없이,
재미도 없는 글 쓰느라
시간만 축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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