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쑥 털털이

화학조미료

by 책읽는고무신

올해도 거북이 마라톤에서는

미나리 삼겹살을 먹기 위해 일요일 아침 운동 코스를 원동으로 정했다.

남자들은 원동 들판 주위를 왕복으로 뛰고,

여자들은 트랙 주변에 지천인 쑥을 캔다.


쑥만큼 착한 풀이 또 있을까.

내가 유일하게 식별해서 캘 수 있는 풀이 바로 쑥이다.

작년에 캤던 바로 그 자리에는

올해도 여전히 쑥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오밀조밀 모여 있던 것들 중

유난히 실한 것들만 골라

칼을 대고 데려가

‘쑥 털털이’를 해먹은 나쁜 나그네라는 것도 모른 채,

다시 나를 반겨주니

괜히 미안하고 또 고맙다.

한 해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꼭 요맘때만 되면 얌체같이 찾아와

자기들 영역에 내 집처럼 엉덩이를 들이밀고 누르고 앉아버리는 나인데 말이다.


나는 냉이도, 고사리도 잘 구분 못하는

그야말로 ‘풀숙맥’이다.

콩과 보리를 구분 못하는 사람을 ‘숙맥’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나는 쑥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숙맥이라 부르는 단어라 생각했었다.

봄 하면 쑥이니 그런 착각을 한 듯하다.


쑥은 깨끗이 씻어

찹쌀가루와 맵쌀가루를 반반 섞어 버무리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살짝 한 뒤

찜기에 쪄내면,

쑥 털털이가 된다.

엄마가 집에 계실 때 내게

‘마법의 양념’을 하나 알려주셨다.

그 이름은 신화당.

설탕과 소금 사이 어딘가의 맛을 내는,

묘하게 입맛을 당기는 감칠맛의 비밀이었다.


최근에는 마트에서 그 신화당을 다시 발견하여

유행하는 유튜브 레시피가 아니라

엄마의 방식대로,

쑥 털털이를 만들어

양이 많을 땐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


어릴 적

우리 집 양념통을 지키고 있던

신화당과 미원.

며느리에게도, 딸에게도

쉽게 알려주지 않던

이 조미료가, 너도 나도 뛰어났던

어머니들의 음식 솜씨비결이었다는

이유를 우리는 이제 웬만큼 알게 되었다.


다른 양념으로 대체 불가능하다.

화학조미료인들 어떠랴.

그 시절 우리가 맛보았던 깊은 맛은

어쩌면

음식의 케미(화학작용)가 만들어낸

지금보다 더 과학적인 맛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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