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진 밥상 앞에서 문득
모처럼 네 식구가 집밥을 먹게 되었다.
밥, 국, 김치, 생선, 나물, 마른김, 멸치볶음.
소박한 밥상 앞에 앉아 문득, 제각각 놓인 그릇들에 눈이 머문다.
으레 사람을 판가름할 때 쓰는 말이 ‘그릇’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들은 주로 큰 그릇에 비유된다.
그런데 오늘은 밥상 한가운데 놓인 간장 종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새까만 간장 위에 맑은 참기름 한 방울,
송송 썬 잔파와 깨소금이 조화롭게 입맛을 돋운다.
이 종지는
김을 싸 먹을 때도,
생선을 한 점찍어 먹을 때도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밥이나 국은 다른 그릇에 덜어 먹을 수 있지만,
이 양념간장은 어느 그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한때 고봉밥이나 건더기 가득한 국으로
배를 채우던 시절과는 그릇의 기준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별생각 없이 차린 밥상 위에서
가장 작은 종지의 쓰임을 다시 보니
그 역할이 얼마나 대견스럽게 느껴지던지.
시대는 앞으로 더 발달할 것이고,
소스와 양념장으로 인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는 일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만큼 종지의 역할 또한 커질 것이다.
요컨대,
더 이상 사람의 능력을 그릇의 크기로만
평가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 쓰임의 소중함을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