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이 꺼지면 외로우신가요? 전 그랬어요.

by 최예지


불이 꺼지면 외로웠어요.

가족이 다 같이 집에 있는데도요.

혼자 있을 땐 불도 못 끄고 잘 때도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께 바로 말씀드렸죠,

의자에 눕자마자 말했어요.

(정신분석은 누워서 상담을 받아요.)


제 말에 의사 선생님은 무엇이 떠오르냐고 질문하셨어요.

저는 제 일기장에 적힌 얘기가 떠올랐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앉아있는 아이, 에 관한 글이었어요.

그걸 시작으로 질문을 이어가시다가 의사 선생님께선

'억눌린 외로움'이란 표현을 하셨어요.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외로움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전등 불만 꺼져도

외로움을 느끼는 거였죠.


정신분석은 이처럼 '감정'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많이 나눠요.

어쩌면 제가 억눌린 감정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고요. 하하.


저는 제가 외롭다는 걸 몰랐어요.

가족이랑 같이 있으면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 거라고,

이미 제 안에 답을 정해버렸었나봐요.


제가 분석이 끝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다같이 잠들 시간이 되어 불이 꺼지면, 저도 잠드는 것이었어요.

불이 꺼지면 외로우니까 같이 잠든 엄마의 손을 붙잡고 말이에요.

어린이 같은 행동이지만 제겐 그게 필요했어요.


자취방에서 자는 날에는 저의 애착인형을 안고 잤어요.

폭신한 촉감에도 '외롭다'라는 감정이 찾아오면

예전 같으면 그랬을 거에요.


-난 '왜' 외로울까

그러면서 혼자 더 어두운 곳으로 생각이 빠졌을 거에요.


지금은

-아, 지금 내가 '외롭'네. 나 외로워하고 있네.


그러고나니까 그냥 저는 외로워하는 사람으로 남았어요.

더 고민할 것도 없었죠,

그러다보면 스르륵 저도 모르게 잠들었어요.




저는 이처럼 여러 감정을 하나씩 인지해가는 과정을 거쳐요.

처음에는 분노, 그 다음에는 외로움, 그 다음에는 어떠한 다른 것.

제가 덮어두기에만 급급했던 감정을 다시 꺼내서

천천히 살펴보는 거에요.

그게 정말, 정말 저를 크게 변화시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