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저는 화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by 최예지
힘든만큼 나아지는 마음 수술


제가 억눌러온 감정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분석 시간이 꽤 많이 쌓였고

의사 선생님께 신뢰도도 많이 쌓였고

정말 눕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말했었어요.


이 날은 제가 들어오자마자 말했어요.

“선생님, 너무 화나요!”

저는 분석 전 날 있었던 일의 감정이

다 해소되지 못해서 씩씩 거리며 문을 열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제가

의자에 눕기 전에 얼굴을 마주 보며

“이제 화를 느끼시네요?! “

하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머리가 띵 했어요.


‘어, 그렇네?’




저는 정신분석을 받기 전에

화가 없는 사람이라고,

화를 잘 안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화가 없거나 잘 안 받는 게 아니라

화라는 감정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었어요.

저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다짐했어요.


모든 감정을 존중하자.


모든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존중하자.

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고 사랑해 보자, 같이 살아보자.


떠올려보면 그렇더라고요,

자연스레 화를 내야 하는데

저는 화를 내면 안 된다고 계속, 계속 생각해 오니까

화내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화나야 하는 상황이 뭔지, 기분이 언제 나쁜 지도

감각이 무뎌져 버렸고요.


지금은 300시간 넘도록 정신분석을 받아서

화를 느끼고 짜증으로나마 표현하기도 합니다.

가끔 멈칫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고요.


그래도 이렇게

외로움, 분노까지 받아들이고 나니까

(이전에는 관련 얘기만 나와도 누워서 바로 잠들었어요. ㅎㅎ)

제 마음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느껴져요.


정신분석을 받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때마다 아마 많이 주무시게 될지도 몰라요.

마음에 부하가 걸리면 자동으로 헛소리를 하거나

딴생각을 하거나 잠에 들더라고요.


그래도 그 과정을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눈을 또랑또랑 뜨고

감정과 당당하게 마주하는 날이 올 거예요.

응원할게요, 어떤 표정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