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타가는데, 그때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약사님께서 약 설명서를 주십니다.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주의사항은 없는지
찬찬히 읽어보다 보면
참 어렵다, 하고 종이를 접어요.
계속 읽다보면,
내 마음이 조절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약을 제 도우미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약을 빼먹는 날에는요,
아니, 깜빡하고 놓치는 날은 더러 있었어요.
이 그림을 그렸던 때에도
약 1년 뒤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요.
약을 빼먹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 약 먹었나?'
약을 먹었을 때 못 느꼈던 것을 약을 빼먹으면 느껴져요.
우선 북소리가 들립니다, 둥둥둥둥.
이제는 익숙해져서 리듬에 맞춰 감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망상이 들기 시작합니다.
내 성격을 바꾸려고 누군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 하면서요.
속으로 그런 기분이 들면 이제는 이것도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겨요.
어지러운 건 당해내지 못합니다.
약을 먹어도 이건 금방 사라지지 않아요.
이럴 땐 누워있고 대부분은 자려고 노력해요.
잘 때는 덜 어지러워요.
이 그림을 그렸던 1년 전에 저는
마음속의 소리가 괴롭힌 적도 있었어요,
꼴이 우습다며 비웃고 저를 헐뜯는 말이었어요.
약을 먹지 않으면 꼭 등장하는 그 목소리가
어떨 땐 지겹기도 했어요. 지금은 들리지 않아요,
이제 그 곳에서 벗어났나봐요.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을 상대할 때 쉽게 부서집니다.
별 생각없이 한 말에 큰 상처를 받아요.
평소라면, 그러니까 약을 먹었을 때라면
저도 별 생각없이 넘겼을 그저 그런 얘기였을텐데도요.
그걸 비교하고 나니까 확 느꼈어요.
약은 제때제때 꼬박꼬박 잘 챙겨먹자, 하고요.
약을 먹으면 마음이 촉촉해져요.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수분량이 채워진 것처럼
좀 더 차분해지고 이성적으로 변해요.
크게 울 일도 없어지더라고요.
단약을 하고 싶어요,
약을 먹지 않고서도 다른 변화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약을 잘 챙겨먹어야 해요.
다리 다친 사람이 목발을 집듯이
마음 다친 사람은 약을 먹는다고 생각했어요.
약에 관한 시선은 다들 달라요.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하고,
중독되거나 의존할까봐 무서워하기도 해요.
저도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땐
약에 의존할까봐 얼마나 경계했는지 몰라요.
저는 믿어보고 싶어요,
약이 주는 빗방울이요.
그리고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감사해 하는 저를요.
나을 거라고 믿다보면
오늘처럼 조금 더 나을 겁니다,
전 그렇게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