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아지긴 하는 걸까, 의심이 들었어요.

by 최예지
마음 근육이 튼튼해졌네요?


이 그림을 그릴 때면,

제가 아마 많이 지쳤을 때네요.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다른 친구들은 취직하고

자리 잡아 결혼하고

혼자 라이프도 즐거워 보이고

그렇게 부러움이 질투가 되어

찌푸린 표정이 되어갈 때쯤


네, 그쯤이었어요.


온갖 불만이 쌓였죠.

난 언제까지 이래야 하지,

대체 언제 이 병원 생활을

끊을 수 있는 거지.


답답했어요,

너무나 불투명한 미래였으니깐요.

확실한 것 하나 없이 변수투성이인 제 삶이

미워졌어요.


그즈음에 평소처럼 갔던 병원에서

따듯한 목소리로 의사 선생님이

뜻밖의 말씀을 꺼내셨어요.


”예지씨, 이제 200시간이에요. “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멀쩡한 거군요?! “


생각해 보니 보통 이 상태면,

저는 집에서 나오기조차 버거워

바들바들 떨었을 거예요,

마음 근육이 약했었으니깐요.

그런데 이런 못된 마음을 품고도

마음 근육이 튼튼해져 의사 선생님께 제 마음을

또박또박 얘기하고 있었어요.


그 상태 자체가 말해줬어요.

너, 이만큼 나았어.




치료를 받다 보면

언제 낫는 걸까,

낫긴 하는 걸까 의심이 드는 날이

분명 찾아올 거예요.


의심을 하는 것도

마음 근육이 튼튼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속는 셈 치고 믿다 보면

그렇게 하나, 둘 시간이 쌓이는 게

헛되이 쌓인 게 아니란 걸 느껴요.


지금은 300시간이 넘었어요.

여전히 지치고요, 아파요.

의심하진 않아요, 우울증은

돌고 도는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 잡았으니깐요.


그 마음이 돌아오는 날이면,

다시금 이렇게 힘을 내 글을 씁니다.

그러면 될 겁니다,

뭔가를 해낸 소박하고 소중한 하루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