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간여행을 하곤 합니다.
제가 우울증 치료자여서, 조건이 됩니다.
저는 평소에는 꺼내지 못할
어느 순간의 기억 파편으로 떠납니다.
그때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여행’을 합니다.
제 몸과 마음은 그 당시로 돌아갑니다.
그때의 상황에 있는 듯이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느낍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소외’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정보
정신분석은 치료자(환자)가 생각나는 것을
누운 채로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중간중간 의사 선생님께서 맥락에 맞게
질문을 하며 점점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갑니다.
꿈분석을 받다가 그 주제까지
넘어갔던 기억이 나요.
이제 저를 소외시키는 사람은 없는데,
누가 소외를 시킨다고 해서
제 몸 하나 못 지킬 어린 나이는 지났는데도
저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눈물이 흘렀어요.
의사 선생님께 이런 말도 했던 게 떠올라요.
“선생님, 제 목소리가 어려진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이어갔어요.
저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따라
제 생각을 말하는데, 느낌이 점점
제가 괴로웠어도 괴로움을 표출하지 못해
끝내 괴로움을 표출하는 법을 잊어버린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정신분석 말미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하기씨, 어려지신 듯합니다.
분석이 끝나고 인사를 드리며
집에 와서 이 그림을 그렸었어요.
얼마나 어려진 걸까,
난 얼마나 어려진 걸까,
그래서 그렇게 울었나,
목소리가 그렇게도 갈렸나,
난 얼마나
많은 화가 쌓였던 걸까.
이때만 해도 다시 제 나이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까
무척 겁내하던 것이 떠올라요.
다행히 분석을 꾸준히 받으며
제가 어려졌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그 순간부터 저는 다시
제 지금의 상황의 하기로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해피엔딩만 있다면
인생 얼마나 좋을까요,
그 해피엔딩으로 가기까지
큰 좌절이 있었습니다.
그림에도 그렸듯이,
많이 겁났어요.
사실 좌절했어요.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졌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들으니깐요.
그렇지만요,
우울증은 움직이는 추와도 같고
퇴보하는 만큼 전진하는 거라서
당연한 수순을 밟았단 생각을,
지. 금!
하네요, 하하.
처음부터 지금까지 쓴 글을
읽어봤어요.
퇴보하는 만큼 전진한다는 표현이
어디 쓰여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그만큼 제가 평소에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데, 이번에 처음으로 씁니다.
우울증 치료를 받다 보면
다양한 일을 많이 겪을 거예요.
저는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면서
말하는 도중에 목소리가 갈린다던가
눈앞이 더 어두컴컴해진다던가
분석을 마치고 일어날 때
몸이 철근처럼 무겁다던가 하는
일들을 겪고 있어요.
횟수는 점점 줄고,
빈도수도 줄고 있어요.
치료를 받을 수록요.
이 그림을 그릴 당시를 뛰어넘은,
몇 년 후의 저는 오늘도 병원을 다녀왔어요.
소외와 방치라는 주제로 얘기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몸 안 무거우세요, 괜찮으세요?
제가 시간이 다 된 걸 보고,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거든요. 하하!
언젠가 어떤 얘길 해도
몸에도 마음에도 지장 없이
웃는 날이 올 거예요.
그렇게 믿습니다.
믿음이 곧 치료라고도
또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