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악몽을 꿔도 괜찮아진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by 최예지
서행으로 갑시다



요즘 악몽을 꾸는 횟수는 많이 줄었다.

이전에는 내 트라우마의 집합체 미리 보기처럼, 지독하게도 날 괴롭혔던 악몽이었다.

지금은 예전보단 평범한 꿈을 꿨다.

비난을 받는다던가, 방법을 몰라 곤란해한다던가, 혹은 가끔 벌레가 나오기도 했다.

기억이 난다면 잘 적었다가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얘기했다.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안에 응어리들을 직접 파헤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분석을 받은 지, 400시간이 되어서야 의사 선생님은 비로소 ‘열렸다.’라고 표현하셨다.

나는 끊임없이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왔고

또 끈질게도 나의 방어기제와 싸우기도 했다.


악몽은, 그 과정을 좀 더 단축했다.


그게 난 좋았고 다음엔 악몽이 반가울 때도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 다시 잠들기 무서운 건 여전했지만,

악몽은 곧 내 내면의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정신분석을 받을 때 그렇게 작용한다고 많이 느꼈다.


오히려 꿈이어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꿈은 깨고 나면 끝이었다.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꿈 얘기를 풀고 나면 내게 진득거리게 남아있질 않았다.

그게 참 좋았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상태가 좋은 날에는 부정적인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되었다.


위기가 온다면, 성장할 기회일 것이고

좌절을 한다면,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숨 고르는 시간인 것이었다.


재작년 9월부터 받기 시작했으니까

어느덧 2년 하고도 3개월 차가 되었다.

이토록 드라마틱한 인생이 있을까, 싶다가도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어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하곤 했다.


이제 겨울이 왔다.

병원에서 보는 겨울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올해의 겨울을 보는 내 눈에는 어떠한 것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지는 12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