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엔 폭탄이 터져서 힘든 날이란 걸 의사 선생님께 듣곤 했다.
폭탄이 터져야, 내 마음에 곪은 것들이 사라졌다.
내 마음에 곪은 것들은, 폭탄이 되어 의사 선생님의 치료로 안전하게 터졌다.
둘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폭탄이 터졌다, 라는 말을 쓴 지도 이제 꽤 오래전 일이 되었다.
폭탄을 참 많이도 터뜨렸다.
밥 먹다가도 터지고, 상담할 때는 물론이고, 자고 일어나서도 터졌다.
그렇게 하나, 하나 터뜨렸다. 터졌다. 후련했다.
후련했다.
마음이 뻥 뚫려 모든 것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후련한 기분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그런 기쁜 마음이 있었다.
이번 주도 이유 없이 힘든 일이 있었다.
이 그림을 그린 지 꽤 지났을 테고, 난 여전히 그러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사실, 정신분석을 받다 보면 의사 선생님이 분석한 내용을 들어보며
이유가 없던 게 아니라, ‘몰랐던’ 거란 걸 알게 된다.
혹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감춰둔’ 것이었다.
내년에는, 이 치료의 끝이 올까.
이렇게 생각하면 참 막막해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치료를 잘 받아왔네.
이렇게 생각해야 다시 힘이 생겨 내가 온 길을 떠올리기로 했다.
내가 온 길,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으로 달리다 보면 외로워지는데
그때마다 박수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내라고, 거의 다 왔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 보면
나 이렇게 사랑받아 자라고 있네, 하고 힘이 났다.
터널은 소리를 울렸다.
나 혼자만의 발소리만 울리는 줄 알고, 더 무서워했는데
내 목소리도 울리는 곳이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어떤 소리를 울리는지는 내가 내뱉은 말이 정했다.
내뱉은 말을 지우는 건 몇 배는 더 힘든 일이었다. 더 발을 크게 굴리는 수밖엔 없었다.
그럼 발이 아팠다. 그럼에도 난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잡힌다.
뛴다. 뛰었다. 좋은 말을 많이 하려 애쓴 올해였다.
좋은 말이 많이 들려와 덜 애써도 괜찮은 한 해였다.
올해가 끝나가고 있다, 이 에세이도 이제 1편을 남기고 있다.
작은 목표가 있었다면,
치료의 끝과 함께 에세이를 끝냈으면 했다.
조금 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내 몸이 외쳤다.
예전 같으면 웃기지 말라고 했을 텐데, 받았다. 그래, 좀 더 줄게. 내 시간.
끝에 서서 웃고 있길.
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