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태어난 사람은 노랗고 하얀, 분홍빛의 마음이 있다. 민아는 따듯하기 직전 봄눈의 시간에 태어났다. 나태주 시인을 좋아한 민아의 엄마는 태명을 봄눈이라 했고 20년 지기 친구는 그녀의 태몽을 꿨다. 겨울의 눈에서 막 깨어난 그 '봄'은 기지개를 핀 싹이었다. 초록과 노랑이 섞인, 연두보다 좀 더 싱그러운 싹이었다고 한다. 현실의 민아는 태몽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고, '싱그러운'과 '징그러운' 사이의 발음으로 상대방을 놀라게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방긋, 덧니를 드러내 보이며 민아는 말했다. "아무튼 싹이야, 나처럼 귀여운!" 그녀의 10대는 봄처럼 화사했고 20대는 봄에 자격지심을 느꼈다. 30대로 넘어가기 직전, 그녀는 결심했다. "내 안의 봄을 깨울 거야, 이대로 지고 싶지 않아." 누군가는 다시 필 거다, 누군가는 이길 거다 란 뜻으로 받아들이며 평생을 한 끗 차이로 착하기도 못되기도 했던 그녀의 얘길 들었다. 민아는 이제 어딘가로 떠나기로 한, 겨울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