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정은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렇게 널브러져 잤다. 견석은 현정의 방에 불을 끄고 나왔다. 조용한 방에서 시계소리가 고요한 낮을 차곡차곡 채웠다. 견석은 서재에서 책을 읽는다. 발음에 자신 없는 그는 한 글자씩 소리 내어 읽는다. 바닥에 앉아 책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한글을 처음 배울 때의 아이가 입을 모았다 떼듯이 입을 움직거렸다.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황급히 의자에 앉아 안경을 집어든다. 현정은 오늘도 견석 앞에 거꾸로 놓인 책을 보며 스탠드는 국 끓여 먹게? 하며 주방으로 향한다. 거꾸로 놓인 책이 책상 밑으로 떨어지면서 동화책 하나가 드러났다. 당황한 견석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견석의 동화책은 메모가 빼곡했다. 발음을 하는 방법부터 발음 기호까지 모조리 적혀있었다. 견석은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곤 다시 펜을 들고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현정은 견석의 행동의 전말이 궁금해 주위를 몰래 서성이다가 "나중에 말해주려나."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