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쓰는 즐거움 읽는 기쁨

by 최예지

즐거움과 기쁨의 차이가 뭔지 알아?



그는 항상 내게 이상한 걸 묻곤 했다. 내겐 이미 정해진 답을 찾아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으론 정답을 행여 맞히면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며 그가 사라질 것 같았다. 졸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10대의 기억은 추억으로 바래졌다. 네게 답할 멋진 말을 준비했어, 그러니 나와 함께 하자. 라며 그에게 퍼부을 저주도 생각했는데. 나는 즐거움과 기쁨의 차이를 그 몰래 수첩 하나에 적었다. 2015.1.1 즐거움 : 나를 이해하는 사람과 말하기. 기쁨 :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 2015.12.31 즐거움 :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웃는 날의 감정. 기쁨 : 소중한 대상이 있는 일... 네가 4번째 졸업하는 날 주고 싶었는데, 혼잣말을 하며 버스터미널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들리는 말로 그는 아주 멀리 떠났다고 했다. 다들 그곳이 어딘지는 내게 끝까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난 여전히 그때 버린 수첩을 찾아 헤맸다. 새 수첩을 사서 써봤지만 다시 써도 지우게 되고 또 지우게 되었다. 어느 날부턴 하늘에 혼잣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처럼 뭐든 알려주고 싶은 아이는 없을 걸, 뒷말은 차마 혼잣말로도 뱉을 수 없었다. 그러니 돌아와, 그 말을 뱉으면 영영 떠났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으니 이제 나도, 하고 또 뒷말은 꾹. 그저 잘 있으란 인사를 뱉었다. 과제로 쓰는 글마다 글은 단편이 아닌 엽편이었다. 왜 먼저 끝내버리냐며 읽던 사람도 돌아가곤 했다. 가끔은 여러 엽편을 엮어보자고 내게 다가오기도 했으나 결국은 먼저 가겠단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연애 소식도 없냐는 삼촌의 핀잔이 가끔씩 들리면 그제야 또 하늘에 혼잣말로 단편을 쓰고 있단 걸 생각했다. 네가 주인공인지 모르면 난 누가 읽어? 처음으로 끝까지 말을 했다. 속이 후련하면서도 뻥 뚫린 기분이었다. 애초에 들어있는 건 손에 잡히지 않는 하늘뿐이었다고, 그가 내게 말하는 듯했다. 너의 3번째 기일이 오기 전에 내가 네게 갈게. 나는 미리 네게 결말을 말해버리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숨이 차게 뛰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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