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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Dec 01. 2021

배구를 봅시다(2)

모든 전술의 시작인 서브-리시브

https://brunch.co.kr/@hagi814/127

이미 보신 분들은 패스하고

배구경기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코트 양쪽으로 늘어선 두 팀 중 한 팀이 서브를 넣으면서 시작합니다. 상대 팀은 그 서브에 대한 리시브를  포함하여  세 번의 터치 안에 상대방 코트에 되돌려 줍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것을 리시브 하여 다시 세 번의 터치 안에 되돌려 주는 것을 반복합니다. 상대 코트에서 넘어온 공을 세 번 안에 넘기지 못하고  바닥에 공을 떨어뜨리거나 넘기더라도 코트 바깥으로 공이 나가면 점수를 잃습니다. 이 정도는 상식이니 다 아는 내용이라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이 세 번의 터치라는 제약입니다. 단 세 번의 터치 안에 공격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첫번째 터치, 즉 넘어오는 공을 받는 동작인 리시브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리시브 단계에서 공이 예쁘게 다음 동작을 하기 좋게 올라가면 공격까지 잘 이어지지만, 엉망으로 받아 올리면 상대 코트에 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공을 받는 쪽에서는 최대한 깔끔하게 리시브를 하려 들 것이고, 공을 넘기는 쪽에서는 최대한 리시브 하기 어렵게 공을 넘기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배구의 모든 전술은 처음 공을 넘겨주는 서브와 그것을 받는 서브 리시브에서 시작됩니다. 서브는 그 인자한 이름과 달리 절대 봉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훼방이죠. 서브는 점잖게 상대 코트에 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80년대 이전에는 정말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상대팀 공격의 출발점부터 어렵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넘기지 못하거나 넘기더라도 공격적으로 넘기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면 득점 하거나  우리편이 공격기회를 얻습니다.   


이제 두 상황을 봅시다. 먼저 서브 받는 팀의  세터가 후위에 있는 경우입니다. 세터가 후위에 있을 때가 앞에 있을 때 보다 공격 수비 모두 유리합니다. 전위에 있는 선수 셋이 모두 공격수이니 공격루트를 선택하기 쉽고, 키가 작은 세터가 뒤로 빠졌으니 블로킹도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팀도 바보가 아니죠. 그래서 서브 넣는 팀은 리시브 하는 팀이 이 그림처럼 순진하게 서 있으면 "오 고마워요"를 외치며 세터를 향해 서브를 넣습니다. 이렇게 특정 선수의 리시브를 강요하는 서브를 목적타 서브라고 합니다. 배구는 한 선수가 한 번만 공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공격을 세트 해야 하는 세터가 리시브를 해버리면 더 이상 공격 세팅에 가담할 수 없게 되어버리죠. 할 수 없이 다른 선수가 토스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야 제대로 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당연히 리시브쪽이 이렇게 순진하게 당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실제 경기에서는 배구의 포지션 규칙의 빈틈을 이용합니다. 배구의 포지션은 전위 선수가 후위 선수보다 앞에 있어야 하고, 오른쪽 왼쪽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만 정해져 있지 그 간격이 일정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또 포지션은 서브가 이루어지는 순간에만 지키면 되고, 일단 공이 서버 손을 떠나면 옮겨도 된다는 점도 활용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서브할 때 이런 식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도 자세히 보면 포지션을 위반한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전위에 있던 레프트1이 뒤로 물러나와 있지만 후위 선수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에 있고, 리베로가 세터자리 쪽으로 잔뜩 붙어 있지만 어쨌든 세터 오른쪽에 있으니까요. 이 상태에서 세터는 상대방 서버가 공을 탁 치는 순간 바로 앞으로 튀어 나가 두번째 공을 토스할 위치에 서고, 리베로와 두 레프트가 리시브를 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세터를 노리는 목적타 서브는 사실상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목적타 서브는 전위 레프트에게 집중됩니다. 이 그림에선 레프트1이 해당됩니다. 이 선수는 리시브를 하자마자 세터의 토스를 받아 공격하기 위해 전위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 실수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리시브를 안정적으로 올리는데 신경을 쓰면 공격 가담이 늦어집니다. 더구나 오늘날의 배구는 서브가 갈수록 강하고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리시브 과정에서 균형을 잃거나 심지어 넘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격수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며 수비쪽의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레프트 포지션이 이래서 어렵습니다. 전위에 있을 때도 공격만 하는게 아니라 물러나 리시브를 해야 하는데,  그 리시브 마저 목적타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더구나 서브를 받아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리시브가 세터가 토스하기 좋은 위치로 탁탁 올라가 줘야 합니다. 갈수록 강하면서 구질도 까다로워지는 오늘날의 서브들을 받아내면서 동시에 세터 머리 위로 올려주기까지 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다음 공격까지 준비해야 하고.


반대로 이렇게 목적타로 집중되는 서브를 견뎌내지 못하면 아무리 공격력이 뛰어나도 팀의 주전 레프트가 되기 어렵습니다. 훌륭한 레프트들은 서브 리시브를 안정적으로 세터쪽으로 받아 올리면서 자세가 흩어지기는 커녕 바로 전위를 향해 점프하면서 세터가 올린 공을 때립니다. 하나에 리시브를 세터에게, 둘에 세터가 토스하면 셋에 달려나가 때리는 식이죠. 요즘 핫한 우리나라 여자배구를 예로 들면 김연경 선수, 그리고 불미스러운 사태로 우리나라 배구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이재영 선수가 이런 식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들이며, 그 밖에 강소휘, 이소영 선수 정도가 가능합니다.  A급 선수라 하더라도 공격력에 비해 리시브가 아쉽거나(박정아, 표승주), 리시브에 비해 공격력이 아쉽거나(황민경, 김미연, 고예림) 합니다.


물론 레프트가 아무리 리시브 능력이 뛰어나도 물러나 리시브를 하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 공격하는 식의 플레이를 너무 많이 하면 쉽게 지치고 선수 수명도 짧아집니다. 그래서 후위에 있는 레프트2와 리베로가 넓은 범위 리시브를 커버해 주고 레프트1의 리시브 부담을 줄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격력이 아주 강하지 않더라도(그래도 약하면 곤란하겠죠. 어느 정도의 공격력은 일단 전제 하고), 후위에 있을때 넓은 리시브와 수비범위를 가진 레프트도 팀에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공격에 전혀 가담하지 않는 수비전담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리베로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훌륭한 리베로를 보유한 팀은 그만큼 레프트의 리시브 부담이 줄어들어 공격력도 세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리베로가 무너지면 레프트들이 수비하다 지쳐 공격까지 제대로 안되는 참사가 일어나 팀이 무너집니다.


서브하는 쪽에서 또 자주 노리는 자리는 센터 자리 바로 뒤입니다. 짧은 서브나 뚝 떨어지는 서브를 센터와 리베로 사이에 떨구는 것입니다. 짧을수록 효과적입니다. 리베로의 수비 범위보다 앞에 떨어지는 서브는 할 수 없이 센터가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레프트 1에게 서브 넣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격수 하나를 제거하는 효과가 됩니다. 따라서 리베로는 두 공격수인 전위 레프트와 센터의 리시브를 모두 커버해 줄수 있는 엄청난 활동범위를 소화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는 레프트 중 한 사람은 아예 리시브 가담을 안하고 다른 한 명의  레프트와 리베로가 광범위한 영역의 리시브를 커버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세터가 전위에 있을때의 리시브입니다. 이 포지션이 공격 입장에서는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배구팀들은 세터가 후위에 있는 포지션일때 되도록 점수를 많이 따 두고, 세터가 전위에 있는 포지션일 때는 서브권을 빠르게 주고받아 포지션을 넘기려고 합니다.  

이 포지션이 공격할때 어려운 이유는 전위에 공격수가 둘 밖에 없는데다 키가 작은 경우가 많은 세터가 전위에 있어 블로킹도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공격수는 키가 작은 세터 앞에서 블로킹 보다 높은 위치에서 스파이크를 때릴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수비쪽 리베로나 후위 레프트가 아예 세터 블로킹 위에서 때릴 것을 전제하고 리시브 준비를 합니다.

이 포지션에서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도 답답합니다. 상대방이  레프트만 따라다니며 블로킹을 하기 때문에 공격을 세트하기가 무척 답답합니다. 그래서 후위로 물러난 라이트가 백어택으로 공격옵션을 추가해 주어야 숨통이 트입니다. 백어택(후위공격)은 후위 선수가  점프 하는 순간까지만 어택라인 뒤에 있으면 된다는 룰을 이용한 공격입니다. 그래서 라이트는 큰 도움닫기를 통해 어택라인 바로 뒤에서(선 밟으면 안됩니다) 크게 점프하여 공중에서 전위로 날아가며 스파이크를 때립니다. 아무래도 뒤에서부터 뛰어서 때리기 때문에 점프력과 타격력이 엄청 강해야 하고, 1990년대까지는 여자 배구에서 보기 어려웠던 공격입니다. 그래서 농구의 3점슛처럼 2점을 쳐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여자 경기에서도 아주 빈번하게 나오는 공격입니다.


그럼 서브 넣는 쪽에서는 당연히 라이트를 향해 목적타를 때릴 겁니다. 그래서 리시브 하는 쪽은 아예 라이트를 리시브에서 면제시킵니다. 라이트를 아예 코트 옆이나 뒤로 나가게 하는 겁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리시브를 하게 됩니다.

느낌이 옵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레프트 두 선수는 늘 서브 리시브를 합니다. 전위에 있든 후위에 있든 말이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서브 넣는 쪽은 라이트 목적타가 어려워진 이상 역시 전위에서 리시브를 위해 물러나 있는 레프트에게 목적타를 때립니다. 후위 레프트와 리베로는 전위 레프트가 안정된 자세로 리시브를 할 수 있게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가능하면 레프트보다는 자신이 많은 리시브를 하려 노력 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블로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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