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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Sep 27. 2021

배구를 봅시다(1)

배구의 포지션과 로테이션

이제 곧 배구 시즌이 열립니다. 요즘 가장 핫한 구기종목으로 떠오른 배구, 특히 여자배구. 그냥 땅에 안 떨어뜨리고 세번 안에 상대방 코트에 때려 넣는 경기 정도로 생각하고 봐도 나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은 읽을 필요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배구에 급 관심이 생긴분들을 위한 일종의 창체수업시간이니 해당되는 분들만 가볍게 읽어주세요.


배구는 신체접촉 없이 승부를 겨루기 때문에 그만큼 두뇌싸움도 치열한 종목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치떨리게 만든 9인제 배구와 달리 6인제 배구는 정해진 포지션이 있고, 그 포지션을 로테이션 하기 때문에 여기서 더 많은 수싸움이 발생합니다. 그 수싸움을 읽어가며 경기를 보면 훨씬 재미있겠죠.


배구경기는 규칙이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다른 어느 경기보다도 심판의 판정에 불복하여 비디오 판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편입니다. 또 이 정교하고 복잡한 규칙을 이용하여 미묘한 공격기술과 전술들이 활용되기 때문에 조그만 심리적 동요에도 와르르 무너지면서 경기가 뒤집히곤 합니다. 그래서 축구나 농구에 비해 극적인 역전도 자주 일어납니다.


이 복잡한 배구 규칙 중 오늘은 가장 기본이 되는 포지션과 로테이션에 대해 알아봅니다. 포지션은 서브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지켜야 할 자리입니다. 이 자리는 어택라인을 기준으로 앞을 전위, 뒤를 후위라고 하며 다시 오른쪽 왼쪽으로 위치가 지정됩니다. 아래 그림처럼 정확하게 줄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앞뒤좌우는 맞춰야 합니다.  만약 서브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틀린 위치에 서 있는 선수가 있으면 포지션 폴트가 되면서 바로 상대방에게 점수를 내주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이 포지션은 서브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만 지키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서브넣는 선수의 손바닥에서 공이 탁 하고 떠나는 순간 선수들은 어디에 자리잡건 상관없습니다. 다만 후위에 위치한 선수가 어택라인 앞(전위)에서 공격행위를 하면 안됩니다. 공격행위의 기준은 네트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볼을 터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구는 서브권을 빼앗겼다가 다시 되찾아올 때 마다 포지션을 시계방향으로 순환(로테이션)합니다.  이 그림에서 4번선수가 서브를 넣었는데 계속 득점을 하는 상황이라면 이 포지션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득점해서 서브권을 내주었고, 다시 공격해서 서브권을 되찾아오면 오른쪽으로 한칸씩 이동하는 로테이션을 하서 다음 그림같이 3번 선수가 후위가 되면서 서브를 하고 6번 선수가 전위로 갑니다.  

이 1,2,3,4,5,6번에 어떤 선수를 배치하느냐는 순전히 팀에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대부분 각 위치별로 역할을 정해놓고 경기 합니다. 배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역할은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각 포지션의 위치도 감독 나름대로 조금씩 다르지만 로테이션을 아무리 돌려도  전위에 센터 한명과 스파이커 한명은 늘 있게끔 짭니다.

먼저 전위를 봅니다.


센터:

가운데는 센터가 있습니다. 센터는 대체로 키가  선수가 담당하며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상대 공격을 차단(블로킹)하는 것입니다. 블로킹으로 바로 득점할 수도 있지만 상대 공격을 약하게 만들어 우리편이 받기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물론 센터는 공격도 합니다. 높은 타점을 이용하여 중앙에서 속공이나 시간차 공격을 하며, 센터가 상대방 센터보다 발이 빠를 경우에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뛰어가며 이동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블로킹이 센터의 본분입니다. 따라서 센터는 후위로 빠지면 역할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후위로 로테이션 되면 서브만 넣은  수비전문 선수인 리베로와 교체됩니다.


스파이커:

센터를 중심으로  옆에는 공격수가 자리잡습니다. 왼쪽 사이드에서 날아올라 때리는 스파이커는 레프트, 오른쪽 사이드에서 날아오르는 스파이커는 라이트입니다. 통상 레프트를  윙스파이커, 라이트를 아포짓 스파이커라고 합니다.


레프트:

스파이커  가장 공격빈도가 많은 자리입니다. 레프트가 몇명이라야 한다는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대부분의 팀은 전위와 후위에 서로 대각선 위치에 레프트를  한명씩 둡니다. 그러면 로테이션이 어떻게 돌더라도 전위에 레프트가 반드시 한명이 있게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레프트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위에 있어도 서브 리시브를 책임져야 하며, 후위에 있을때는 거의 리베로 만큼이나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상  팀에서 가장 운동능력이 뛰어나면서 신장도 어느정도 되는 선수들이 레프트를 담당합니다. 야구로 치면 2루수, 유격수의 키스톤컴비이면서 또한 3,4,5 타자   자리씩을 담당한다고   있습니다.

공격력도 뛰어나고 리시브와 수비도 뛰어난 레프트가 있다면 최고겠지만 그런 선수는 정말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대체로 공격이나 수비 중 어느 하나가 최고수준이면서 다른 하나가 보통이상은 되는 선수들이 주전을 차지합니다. 공격, 수비 둘 중 하나만 잘하는 레프트는 팀에서 자리잡기 어렵습니다. 레프트는 전위에 있어도 목적타 서브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수비능력이 없으면 버텨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하면서 센터를 도와 보조 블로커도 되어야 하니 신장도 어느정도 되어야 하는 레프트는 참으로 구하기 어려운 자원입니다. 김연경, 강소휘 선수처럼 큰 키와 공격력과 수비력을 다 갖춘 선수는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받습니다. 공격, 수비, 신장 각 분야에서 두개의 A와 하나의 아쉬움 정도면 각 팀의 주력선수로 자리잡습니다.


라이트:

   방이 있는 선수입니다. 반드시 레프트보다 공격력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만약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가 수비와 리시브도 잘한다면 당연히 레프트에 배치합니다. 그런데 수비능력에 아쉬움이 있는데 공격력이 너무 아까운 선수가 있다면 바로  선수를 라이트에 배치합니다. 야구로 치면 타격이 살벌한데 수비가 부족한 선수를 지명대타나 수비부담이 적은 좌익수에 배치하고 3,4 타순에 배치하는 격입니다.  라이트는 공격을 최우선 임무로 하는 포지션입니다.  전위에서는 당연히 스파이커이며 후위에서도 백어택(어택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점프하여 때리는 스파이크) 전담합니다. 따라서 상대방 서브 상황에서 리시브를 면제받으며 적극적인 수비참여도 요구받지 않습니다. 라이트에게 요구되는 것은 결정적인    방입니다. 국내리그에서는 키가 크고 힘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포지션을 주로 맡기기 때문에 국내 선수 출신 라이트 자원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선수  라이트로 맹활약 했던 선수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그래서 경기에 자주 나오지 않는) 30 중반의 황연주 뿐입니다. 국가대표 라이트인 김희진은 소속팀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라이트를 내주고 주로 센터로 뛰고 있습니다.  밖에는 눈에 띄는 토종 라이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4번타자가 죄다 외국인 선수인 셈입니다.    


세터:

배구는 상대방 코트에서 넘어온 공을 세번 안에 공격하는 경기입니다. 배구경기 응원단이 하나, , 스파이크 이렇게 외치는 것을 간혹 보았을 것입니다.   하나가 리시브, 둘이 토스, 셋이 스파이크이며, 토스를 전담하는 포지션이 바로 세터입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입니다. 어떤 공격수에게 어떤 종류의 공격을 시킬 것인지 정하고,  공격수가 공격하기 좋은 위치에 공을 올려주는 것이 세터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세터는 경기내내 뛰어다녀야 합니다. 리시브가 세터 머리위에  올라오면 좋겠지만, 세터가 리시브가 떨어지는 위치로 쫓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공을 쫓아다니면서 공격수가 때리기 좋게, 그러면서 상대편 블로커들을 따돌리거나 속이면서 토스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터는 정확한 볼컨트롤, 유연한 신체능력(상대를 속이기 위해 몸을 비틀어가며 토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빠른 몸놀림과 , 빠른 머리회전,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춘 선수가 담당합니다.


리베로: 수비전담 선수입니다. 수비전담이기 때문에 어택라인 앞에서는 언더 토스만 허용됩니다. 또 수비전담이기 때문에 서브권이 없습니다. 센터가 후위로 빠지면서 서브를 넣을때는 나와 있다가 서브권이 넘어가면 센터 대신 경기장에 투입됩니다. 한 마디로 센터는 전위에서만 경기하고 후위로 빠지게 되면 리베로가 대신 뛴다고 보면 됩니다. 꼭 센터와 교체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레프트는 후위에서도 수비와 리시브를 담당해야 하고, 라이트는 후위에서도 후위공격(백어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후위로 가면 별 소용이 없는 센터를 교체합니다.

리베로는 수비전담이기 때문에 로테이션이 돌아도 전위로 가지 않고 계속 후위에 남으며 대신 아까 나갔던 그 센터가 전위로 들어가고 다른 센터가 나갑니다. 리베로는 공격도 블로킹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신장이 작지만 운동능력과 머리회전이 빠르고 악착같은 선수들이 주로 담당합니다. 리베로의 역할은 상대의 서브를 받아 세터에게 전달하는 리시브,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디그, 그리고 우리편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걸릴때 이를 받아내는 어택 커버입니다. 통상 라이트와 세터는 서브 리시브를 하지 않고 수비가담도 소극적입니다. 그 빈자리를 모두 리베로가 채워야 합니다. 경기장에서 다른 팀원과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은 자그마한 선수가 경기장을 종횡무진 뛰어나니고 몸을 날리며 공을 받는 다면 바로 리베로입니다. 포지션 특성상 포토제닉이나 하이라이트에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은 배구의 포지션과 로테이션을 간단히 살펴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실제 경기장면에서 각 포지션의 선수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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