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 대개혁, 교육 대전환 이런 말들이 난무합니다. 이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나 이대로라도 괜찮은 걸까, 남들은 인공지능이니 아이비니 하는데 난 너무 아무것도 안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 질문은 이렇습니다.
교육이 꼭 바뀌어야 하나?
어쩌면 사람들은 교육이 바뀌지 않는 것이 비정상, 바뀌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혁명적으로 말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교육은 참 바뀌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오늘날의 교실은 김홍도 풍속도의 서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학생의 자격이 넓어졌고, 여러 문명의 이기를 사용한다 뿐이지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는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비판이론가들은 오히려 교육을 혁명과 상극인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위에서 내리 꽂히는 공교육을 말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교육은 보존과 전수를 제1의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죠. 교육은 혁명을 예방하는 수단이며, 혁명이라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교육은 절대 혁명의 수단도 촉진제도 아닙니다.
물론 교육이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존과 전수를 하는 바탕 위에서의 일이지 처음부터 교육이 작정하고 세상을 바꾸자고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성급함은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교육이 아닌 세뇌를 하도록 유혹합니다.
그래서 대뜸 교육이 문제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떠드는 무리를 경계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이는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는 발언이며, 사실상 교육을 하지 말자는 반교육적 발언입니다.
물론 교육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 배경 등을 충분히 고민한 뒤, 그 조건 아래 신중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것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1. 학습자 조건의 변화
교육은 무엇보다 누가 배우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말이나 배우고 가장 기초적인 앞가림이나 할 수 있으면 되는 신분과 고도의 인문학적 소양을 배울 신분이 엄격하게 구별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분제가 폐지되고 모두가 시민이 되는 사회가 되면서 교육도 바뀌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학생과 선진국의 학생 역시 조건이 다릅니다. 만약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이 되었다면 그 과정에서 유효했던 교육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2.교육자 조건의 변화
교육자 역시 바뀝니다. 어느 사회건 주류의 철학이 있기 마련이며 이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교육철학이 쇠퇴하고 새로운 교육철학, 교육관이 등장한다면 교육자는 당연히 이를 적용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교육철학, 교육관이 교육자 사회에서 폭넓은 동의를 얻어 하나의 주된 흐름이 된다면 이는 기존의 교육을 바꾸어 보자는 시도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교수법, 교구, 교재의 등장 역시 교육자 조건의 중요한 변화요인입니다.
3. 환경의 변화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한 세대가 자신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과 기능을 전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 그 지식과 기능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학습자가 장차 살아가야 할 환경이 큰 폭으로 바뀐다면 이는 교육에서의 큰 폭의 변화를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공유하는 인간관, 인생관, 행복관의 변화 역시 교육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의 근본 조건이라는 합의가 이루어진 사회라면 교육 역시 실용적이고 직접 산업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친밀관계, 가족관계 속에서 얻는 행복이 중요하다고 합의한 사회라면 교육 역시 지식과 기능의 습득 보다는 다양한 공동체 경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대전환, 등등의 말을 하려면 먼저 저 셋에 대해 충분히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한국 학생들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가? 한국 교사들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고, 과거와 다른 어떤 교육철학, 교육학, 교육방법 등이 등장했는지 등을 따져가며 말이죠.
다시 묻고 싶습니다. 패러다임 전환, 대전환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면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저 세 조건에서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어디에서 어떤 변화가, 그리고 거기에 따라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이게 혁명적인 변화일까요 점진적인 변화일까요?
교육을 바꾼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은 더욱 그렇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