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교사 Apr 25. 2020

젊은 교사들에게 드리는 두번째 편지(1)

다시 편지를 쓰며

 경력 20년을 채우면서 교직에 입직하는 혹은 입직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블로그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편지 시리즈의 제목이 "젊은 교사들에게 드리는 편지" 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출간작가가 되겠다 이런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고, 다만 내 글이 교사를 꿈꾸는 혹은 막 교사가 된 젊은이들 몇명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가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조회수 100만 넘어가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https://segyoyuk.blogspot.com/search/label/%EC%A0%8A%EC%9D%80%20%EA%B5%90%EC%82%AC%EC%97%90%EA%B2%8C%20%EB%93%9C%EB%A6%AC%EB%8A%94%20%ED%8E%B8%EC%A7%80


그런데 그 편지들을 엮어서 한 권의 책이 되고, 더구나 그 책이 나름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바로 이 책이죠. 


http://www.yes24.com/Product/Goods/20114007

스스로 이렇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훌륭한 글은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쓴 글이니까요. 물론 편집자의 수고가 많이 보태어졌기 때문에 블로그 글하고는 상당히 결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편지를 처음 쓰작한 것이 2011년 초. 그 당시 수신자로 설정된 젊은 교사들이 25세-35세라고 본다면, 그들이 이미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중견 교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젊은 교사에게 드리는 편지"를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토록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그 편지를 썼던 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어야 했습니다. 그 편지를 쓸때도 이 편지에서 비판하는 것들이 옛날 이야기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 책이 여전히 스테디셀러란 뜻은 별로 바뀐게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니 더 좋아진 건 없는데, 더 힘들게 하는 것들이 늘어났습니다. 가령 그 시대만 해도 "학부모 갑질" 같은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학교폭력"이 학생이 아닌 교사를 이렇게 고달프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학교 공무직도 없었고, 학교에서 일하는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사에게 틈만 나면 비수를 꽂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여자 선생님들이 수업 동영상이나 사진의 유출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페이스 북에 마음껏 사진들을 올렸으니까요.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창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왕성했던 10년전에 비하면 지금은 머리도 몸도 손가락도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때처럼 편지가 빨리 빨리 업데이트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따금씩 편지 하나씩 올리면 꼰대소리라 여기지 마시고,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뭔가 주도적으로 주제를 정하기 보다는 여러 후배님들이 선배로부터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댓글로 주문을 해 주시면, 그 주문들을 받아서 편지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자꾸 10년전에 내가 이런 말을 했었는데 말이야, 이런 식의 글을 쓰지는 않아야 하니까요. 저는 10년전의 저에 대해, 혹은 과거의 전설이든 신화든 간에 그런 것에 관심 없습니다. 지금의 문제를 동료들과 함께 풀어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젊은 교사들은 저의 동료들이지 제자가 아니니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