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교사 Aug 18. 2020

김원웅 연설이 틀린 내용 하나 없다고? 맙소사

김원웅 광복회장의 연설문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광복회라는 곳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고, 저 군사독재 부역자가 과연 광복회 회장의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광복의 교훈이 “소모적인 내부분열로 국력을 낭비한 조선의 전철을 밟지 않자”라면 이미 그 결과만으로도 광복절 연설로는 매우 부적절한 사례를 남겼다고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독립기념일에 과거사를 들먹이며 보복과 처단을 운운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쨌든 그 연설의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다만 그 연설문을 보고서 버릴 곳이 없네, 틀린 말이 없네 하며 감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심지어 그 중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까지 있어서 다만 사실관계만 바로잡고, 대한민국 헌법에 어긋나는 부분만 지적하고자 한다. 김원웅의 원문은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5·18항쟁, 6월항쟁, 촛불혁명은 친일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이었습니다.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엔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민족 대 반민족의 대결이 된다. 그렇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나라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계승한다는 4.19의 정신, 그리고 요즘 집어넣고자 하는 5.18과 6월항쟁은 엄연히 민주화 투쟁이지 민족자주투쟁이 아니다. 만약 이것을 민족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민족자주”라는 이름으로 가혹한 독재정치를 행하고 있는 북한이 그들 주장대로라면 “친일파 숙청을 완료” 했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민국보다 우월한 나라가 된다. 그리고 4.19에서 6월항쟁, 촛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북한은 진작 해치운 일을 이제야 겨우 힘겹게 해치우고 있는 과정에 불과하게 된다. 관점이 이따위니 김정은이를 위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저 운동들에 참여한 시민들이 맞선 상대는 친일반민족 권력이 아니라 반민주독재권력이었다. 만약 반일민족자주 정권이라 할지라도 반민주적인 독재를 하는 순간 대한민국 시민들은 또 또 일어설 것이다. 5.18에서 6월항쟁에서, 그리고 2016년 촛불에서 한 몫을 담당한 시민들이 전두환이 외세의 앞잡이라서, 박근혜가 친일파라서 나가 싸웠나?

하긴 80년대때도 저 엔엘 무리들은 자주, 민주, 통일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다만 1/3의 제한되고 도구적인 위치로 몰아 넣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다만 서방의 이념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최상의 가치로 두고서 어떻게 북한 정권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오직 알량한 민족주의 외에는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청산을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청산을 제대로 못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히려 청산한 나라가 더 드물다. 청산을 내세운 경우는 어느 경우나가혹한 독재가 이어졌다. 청산은 핑계고 독재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가령 장제스는 1945년-1948년 사이, 타이완에서 한간(한족의 배신자) 색출을 가혹하게 했다. 물론 국민당에게 걸림돌이 될만한 사람들, 혹은 뇌물을 충분히 내지 않은 사람들이 몽땅 친일파로 몰려 숙청당했다.

걸핏하면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를 철저히 청산했다며 거품을 튀긴다. 전우용 트윗에나 나올 말을 광복절 축사로 듣다니, 우리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기가 막히다.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를 선별하여 청산했다. 가장 많이 희생된 사람들은 김원웅이 말마따나 “생계를 위해” 나치 장교들에게 몸을 팔았던 여성들이었다. 이 여성들을 발가벗기고 머리를 깎고 린치를 가한 것이 프랑스의 그 잘난 나치 청산이다. 오히려 진짜 부역자들은 멀쩡히 잘 살아남았다. 가령  나치 괴뢰정부 수반이었던 패탱부터 법정이 선고한 사형을 정치적인 이유로(즉 부역자들의 반발이 두려워서) 드골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프랑스에게 필요한 것은 재건이지 또 다른 분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 지독한 사례들도 있다. 프랑스는 나치 친위대 출신의 전쟁범죄자들을 용병으로 고용했다. 이들이 악명높은 프랑스 외인부대 1여단이다. 이들은 나치독일 군복을 연상시키는 군복을 입고서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알제리의 독립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수많은 양민을 학살했다. 참 대단한 나치 부역자 청산이다.


 세계에서 화폐속의 인물에, 독립운동가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나라뿐입니다.


개소리도 이쯤되면 개한테 미안할 지경이다. 요즘 추세가 화폐에 현대 문화예술계 인물을 싣는 것이다. 그러니 화폐에  독립운동가 없는 나라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화폐 인물은  나라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꼴을 갖춘 나라라면  나라의 핵심 가치로 자유, 민주, 문화를 내세우고자  것이다.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만방에 “우리는 자주독립국가야하고 소리쳐야 하는 위상인가? 우리가 자랑하고 내세울 핵심 가치는 아시아 선두권의 민주정치이며, G7 반열에 올라선 놀라운 발전이다. 민족자주조선공화국은 꿈도 꾸지 못했을. 물론 우리나라 화폐인물이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지 조선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인물들을 좀 실어보자. 스웨덴은 소프라노 브리지트 닐슨,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화폐에 실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김연아나 강수진 같은 인물을 실어도 되는 거 아닌가?(나는 개인적으로 저 두 사람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든 국민영웅인 것은 인정한다)


IMF 2023년이 되면, 한국의 1인당 GDP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초조감이 지난해 경제보복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승리 작작해라. 이건 물가 환산한 구매력 지수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물가 싼 건 상식 아닌가? 그러니까 원래 1인당 gdp(명목값)을 미국 물가를 1로 보고 다시 계산한 구매력 지수 환산한 1인당 GDP(PPP)에서 일본을 추월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건 별로 놀랄 것도 없는데, 역시  일본 식민지였던 대만이 이미 거의 10년 전에 일본을 앞질렀고, 지금은 거의 넘사벽급에 가 있다(독일도 앞설 지경). 명목수준 1인당 GDP에서 우리나라가 3년 안에 일본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제로다. 코로나가 한 3년 계속되면 모를까. 물론 한 3년 동안 일본만 락다운 하고..


골드만삭스는 남북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1민족 2체제로, 서로 협력하면, 수년 내에 프랑스와 독일을 따라 잡고, 이어서 일본도 따라잡아 세계 최선진강국으로 올라설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입니다.


이거야 말로 최강의 헛소리다. 이거 한 마디로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 하자는 소리 아닌가? 생각해 보라.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저 불량정권을 끼고 과연 온전한 협력과 발전이 가능할까? 독일도 통일 직후 10년간 경제가 망가져서 개고생 했다. 그나마 당시 동독의 독재정권은 무너진 상태라 서독 정부가 운신할 폭이 넓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천만 서독국민이 오랫동안 막대한 ‘통일세’를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서독만 못하고 북한은 동독보다 훨씬 엉망이다. 더구나 흡수통일이 아니라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의 2체제다. 그렇다면  그냥 우리 세금 걷어서 김정은 일가 먹여 살리는 것에 불과하다. 지도상의 면적을 보고 속지 말자. 북한을 송두리째 보태어 본들 우리나라 gdp 불과 5% 추가될 뿐이다. 대한민국은 당신이 상상하는  보다 훨씬 강성한 나라이며, 북한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약소한 나라다.  

그리고 눈깔이 있으면 분단을 가장 원하는 세력, 통일이 되면 절대로 안되는 세력이 누군지 똑바로 보라. 일본이 발목 잡는다고? 무슨 헛소리. 어디 일본 뿐일까? 중국, 러시아, 미국 모두 통일과 관련하여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이게 정리되지 않는 한 절대로 통일은 불가능하다. 이 중 통일을 가로막는 나쁜나라, 도와주는 착한나라가 구별가능하다고 착각하지 말라. 국제 정세에 따라 이들이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그게 외교다.

하지만 언제나 통일을 반대하는 영원한 상수, 영원한 반통일 세력이 있다. 눈깔이 있으면 똑바로 봐라. 그건 김정은 일당이다. 왜? 그들도 안다. 통일이 그들 체제에 남한을 흡수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그들 체제가 이미 사라져버릴 시대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따라서 통일, 혹은 통일 비슷한 일이라도 일어나면 빠르게 그들의 왕국은 용해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길은 저 왕국을 고립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고, 민족과 반민족입니다. 남북 간의 분단극복 노력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계급모순이 먼저냐 민족모순이 먼저냐 타령인가? 그리고  양심에 털난 엔엘들아. 니들 20 전에는 분명히  민족모순이 미국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반미자주투쟁하자고 했다. 그때는 그래도 스케일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식민지 조국 해방시켜주기라도 했냐?   동안 미극 딱가리에 불과한 나라 취급하던 일본이 엄청난 악의 축이로 바뀌나? 일본이 그럴 능력이나 되나? 초심으로 돌아가서 미국이랑 싸우던가 아니면 이제 민족모순 타령이 시대에 뒤떨어진거 인정하고 접어라. 사실 보수와 진보도 이미 낡은 축이다. 눈깔이 있으면 똑바로 봐라. 젠더문제, 생태문제, 세대문제 등등 당장 용솟음 치는 갈등구조가 뻔히 보이는데 무슨 70-80년대의 계급모순이냐 민족모순이냐 타령을 하고 있나?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분단극복 노력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나라는 북한이야. 분단이 꿀이거든. 그래서 그 꿀의 안전을 보장받는게 그놈의 핵개발 이유거든.  김정은이 트럼프한테 계속 구걸하는게 뭐였지? 체제 보장이었어. 그런데 문재인이 자꾸 눈치없이  통일 통일 그러니 걔들 입장에서 얼마나 짜증이 날까? 돈과 체제보장 외에는 관심 없는데 말이야.



이쯤 해두자. 그리고 아직도 김원웅의 연설이 “틀린 말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빈약한 비판적 사고력과 부족한 지식을 탓하자. 무식은 죄가 아니다. 그걸 알고도 공부하지 않는게 죄다. 공부하자. 부지런히.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문화예술교육의 방향에 대한 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