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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Aug 17. 2020

기독교의 위기라고? 무슨 소리. 당신들의 위기지


전광훈 목사의 무지한 행동과 광신자들의 난동으로 인해 개신교인들이 몹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혐오를 동력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데 능숙한 이 정권이 개신교를 그 먹이로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상당수는 “그러기에는 너무 숫자가 많아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얼마든지 개신교 전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던지고도 남을 모습이다. 뜻있는 개신교인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어떤 분은 “올 것이 왔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개신교는 전광훈류와 멀쩡한 부분을 분리하여 인식시키는데 실패했다. 그 동안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도 그걸 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비신자들은 신천지와 개신교도 구별하지 않는다. 하물며 전광훈류와 일반 개신교를 알뜰하게 구별해서 바라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개독”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뜻있는 선량한 개신교인들이 이 상황을 “기독교의 위기”라고 표현한다. “한국 기독교의 최대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정말일까? 그렇지 않다. 나 역시 비록 헐랭이 농땡이 치고 있지만 엄연한 기독교 신자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는 여전히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의지하고 있고, 그러한 가치가 반영된 문학작품이나 드라마 영화에 상당히 많은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별히 나나 내가 속한 교회가 특별히 위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카톨릭이라면서요? 언제 기독교로 개종했어요?


원 천만에. 개종한 적 없다. 이게 문제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개신교다. 주요 개신교 교단이 ‘기독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 예수교 장로회 같은 식으로. 하지만 이는 기독교 중에 장로회, 기독교 중에 감리교, 기독교 중에 침례교라는 뜻이지, 그들이 곧 기독교라는 뜻은 아니다. 로마 카톨릭이든 동방 정교든, 심지어 지금은 사라진 아리우스파든 마니교든 기본적으로 다 기독교다. 그러니 카톨릭은 당연히 기독교다. 그것도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교단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카톨릭 교인들은 ‘가톨릭’이라는 발음을 선호하는데, 나는 교사이니만큼 교육부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카톨릭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카톨릭과 개신교 신자를 구별할때 성당다닌다, 교회다닌다 그러는데 이것도 틀린 말이다. 관행적으로 성당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카톨릭에서도 ‘교회 다닌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카톨릭의 공식적인 명칭이 로마 교회다. 흔히 우리가 정동성당, 약현성당 이렇게 부르는 곳도 정식 명칭은 정동교회, 약현교회다. 그러니 카톨릭 교인들도 기독교인이며 교회다니는 사람들이다. 이걸 모르고 일부 개신교인들 중에서는 카톨릭이 마리아를 신으로 섬기는 별개의 종교라고까지 생각하는데 참으로 무지한 짓거리다.


기독이라는 말은  그리스말인 Χριστός(크리스토스)를 중국어로 음역한 '기리사독'(基利斯督)의 줄임말이다.기리사독을 요즘 중국인들은 '지리쓰두'라고 읽지만, 그리스도교가 한창 중국에 전해지던 원, 명 시기의 발음으로는 '기리스도'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리스말 크리스토스 보다는 이탈리아말 크리스토(Cristo)가 옮겨온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테오 리치가 이탈리아인이었으니. 어쨌든 이 발음이 일본에도 전해졌다. 그러니까 기독교란 결국 크리스트교란 뜻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모든 종교를 통칭하는 말이다. 중화권에서는 지금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로 ‘야소기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나라도 기독교 전파 초창기에는 야소기독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언제 이 말이 예수그리스도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자가 아니라 한글로 표기하면서 바뀌지 않았을까싶다.


현재 교과서에서는 기독교도 그리스도교도 아닌 ‘크리스트  정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거  난감한 용어다. 일상 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교과서용 용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독교인 중에 ‘크리스트 교’라는 말을 평소에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어라면 크라이스트, 크리스챠니티이고, 그리스어라면 크리스토스이고, 라틴어나 독일어라면 크리스투스인데, 크리스트는 프랑스식 발음이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웬 프랑스어일까?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사람들이 프랑스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냥 뇌피셜 돌려본다.


어쨌든 분명히 해 두자.


현재 위기에 처한 것은 한국 기독교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 개신교 전체가 아니라  이름으로 분류되는 몇몇 교단 혹은 몇몇 교회들이다.  그리고 만약 그 몇몇 교회들과 옥석구분으로 휩싸여 들어간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교단이 있다면, 그건 그 교단의 책임이다. 만약  교단에 속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신자가 있다면 그냥 나오면 된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세계 곳곳에 편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란 한국의 일부 개신교 교단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고,  존재를 자기 안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느끼며 살아가는 신앙을 말한다.


나는 비록 카톨릭 교인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만약 성직자들의 추문과 갖가지 부패로 로마 교회가 무너진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교회를 버릴 것이다. 성령은 교회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부름을 받은 순간 내 안에서 함께 거하고 계신다. 그러니 내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교회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무슨 성자 같이 느껴지는데 민망하다. 사실 나의 삶은 경건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 때로는 방탕하고 때로는 탐욕적이고 대체로 인색하다. 에이, 이게 무슨 잡문이냐? 여기서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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