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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Oct 21. 2018

29. 진정한 사랑의 모양

영화 <The Shape of Water> OST

진정한 사랑의 모양은 무엇일까?

스물여섯 먹은 대학생이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른 주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는 모양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상대에게 맞추어 그 모양을 조금씩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양이다.


올해 초, 아카데미 상을 휩쓴 영화가 하나 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The Shape of Water> 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그의 예전 작들처럼 액션이 많거나 공포스럽지 않다. 괴물이 나오긴 하지만 보다 보면 사랑스럽다. 영화 자체도 일관성이 있어서, 보는 내내 한 편의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그중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말 그대로 <The Shape of Water>를 위한 시상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쪽부터 음악상,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청소년 관람불가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이 영화는 특유의 색감과 이해하기 쉬운 메타포 등으로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감독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들어가 있다.


가령 매번 무채색 옷만 입던 주인공 엘라이자가 외계 생명체와 만나서 사랑을 느끼고, 후에는 무채색이었던 그녀의 옷이 사랑과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바뀌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블루 그린과 대비되어 밝아진 그녀의 모습을 한층 더 부각하여주는 점이라던지, 확실한 캐릭터들의 성격으로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 점이 그 예다.



영화에서는 다른 종류의 사랑이 등장한다. 그녀의 친구 젤다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사랑하고, 악당 스트릭랜드는 굉장히 잔인한 방식의 사랑을 한다. 이 두 사랑과 비교했을 때, 외계 생명체와의 사랑은 다른 무엇보다 순수해 보인다. 제일 이상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 가장 순수한 사랑으로 표현되다 보니 영화의 스토리와 주제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엘라이자가 외계 생명체를 끌어안고 있는 이 장면에서 그녀는 영화내내 한 번도 보지 못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진정한 사랑의 모양을 찾기 위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아마 본인이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영화에 대해 곱씹게 될 것이다.




2018년 10월 초, <The Shape of Water>의 OST 앨범이 바이닐로 제작되었다. 영화를 보고 집에서도 노래를 찾아들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다. (다행히 요즘에 나오는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대부분 바이닐로도 OST를 제작한다.)


일반판이어도 모았겠지만,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영화의 전체적인 색감인 블루 그린을 입힌 컬러 한정판이라고 공지가 되었다. 어느 정도 바이닐을 모으다 보니 한정판이라는 이야기에 속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발매된 것이 컬러 밖에 없으니 그대로 주문했다.


영화의 색감을 그대로 재현한 블루 그린 컬러 바이닐. 


바이닐의 앞부분에는 외계 생명체가 귀엽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에서 물로 표현되고, 연구소의 전체적 색감과 같은 블루 그린이 예쁘게 섞여있다. 불투명한 이 바이닐은 빛을 비추어보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영화의 스틸컷을 포함한 부클릿도 포함되어있는데, 이 부클릿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보통은 일반 종이로 부클릿을 만드는데, 모든 페이지가 반들반들하게 코팅되어있고 안에 포함된 스틸컷 또한 고화질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쓱 훑듯이 부클릿을 보면 영화에 대한 기억이 다시 샘솟는다. 


부클릿의 일부분.


영화의 OST를 모을 때마다, 영화를 모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를 틀지는 않지만, 정말 감명 깊게 본 영화는 OST만 들어도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예를 들면 존 파브르 감독의 <Chef>나,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는 말할 것도 없다. 영화의 음악 앨범을 전부 모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재미있게 본 영화의 OST 앨범을 사 두는 것은 후에 영화를 곱씹어보기 위한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쓴이 / 하고(HAGO)

소개    / Crate Digger, Analog Nerd. 빠른 세상에 휴식이 될 수 있는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Instagram / @hago.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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