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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울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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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May 29. 2020

#서울무드

당신의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서울무드를 시작하며


군대를 다녀온 동안 그만둔 필름 카메라를 다시 찍기 시작한지 2년 정도가 지났다. 필름 바인더에 한 장 한 장 필름들이 쌓이고, 작년 여름 이후로는 바인더 하나를 꽉 채워 아직 정리하지 못한 필름들이 훨씬 많아졌다.

 

이후 인스타그램을 필름 사진 전용으로 다시 시작하면서, 각각의 사진에 하나씩 주제를 붙였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서울무드>, 짧은 기간동안 일 했었던 순천에서 찍은 사진들은 <#순천에서의기록>, 군대가기 전 유럽을 기록한 <#57일간의유럽>, 그리고 작년 여름에 다녀왔던 <#한여름의일본>. 이외에도 때에 따라 각각의 주제가 붙지만, 어찌됬든 큰 맥락은 이렇게 되어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그 상황에 완전히 매료된다. 특히나 필름 카메라로 찍는 사진의 경우 한 장 한 장 버리기 아깝기 때문에 한 장을 찍을 때 큰 집중을 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사진을 찍을 때는 그 행위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고, 찍으려고 하는 피사체를 좀 더 세밀히 바라보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말 그대로 좋은 취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세밀하게 바라보고 집중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 사진과 입시를 위해 사진학원을 두 달 정도 다녔던 것을 빼고는 사진에 관해서는 모두 독학으로만 배웠다. 그래서 사진을 어떤 눈으로 봐야하는지, 어떻게 해석해야되는지를 나에게 묻는다면 그건 대답하기 어렵다. 그건 나보다 더욱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대답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사진을 찍어오면서 유일하게 바뀐 생각은, 사진은 나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도구가 되기에는 한계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진을 회화, 글쓰기와 같은 하나의 예술적인 활동으로 보곤 했다. 사진을 통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고, 한 편의 시처럼 사진 한 점도 나의 많은 감정들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다시 필름을 시작하면서 가게 된 현상소의 사장님과의 말을 통해 바뀌게 되었다. - 이 이야기는 나중에 서울무드 시리즈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 아무튼 요점만 짚고 넘어가자면 사진은 사진기의 특성상 있는 그대로를 담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찍는 피사체가 어떤 감정인지 추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화나서 셔터를 누르든, 기뻐서 셔터를 누르든 사진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한 번 머리 속에 박힌 뒤로, 나는 어떤 사진을 찍어야되는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이 때문에 '전공자도 아닌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될까', '사진 잘 찍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내가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채찍질했다. 주변에 말은 안했지, 어떤 날은 밤새 잠이 안올 정도로 고민한 적도 많았다.


이 고민의 끝은 어디일까,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찾아 거의 매일 서울을 돌아다닌다.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마음에 드는 사진은 있다. 서울무드는 그런 사진들을 차곡 차곡 책장에 쌓아 올리듯이 만들어지고있다.




앞서 말 했다시피, 아마도 당신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모를 것이다. 다만, 사진을 좋아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내가 찍는 사진들이 20대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내가 보아온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기록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서울무드는 서울이라는 지명이 들어가있지만, 크게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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