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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Jun 03. 2020

나의 사진을 포스터로 팔았다.

#서울무드, 세 번째 이야기. 사진으로 돈을 버는 법

글을 시작하면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면, 이 글은 사진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글은 아니다.

외국에서 농담처럼 올라와 있는 말 중에 '사진으로 돈을 버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How to make money with your camera.
Sell your camera.

사진으로 돈을 버는 방법.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판다.


정말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만큼 사진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문적으로 웨딩촬영이나, 모델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그 분야에서의 경쟁이 있고, 누가 잘 찍냐 못 찍냐에 따라 그 금액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나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본업을 사진으로 할까에 대한 고민은 할 수 있어도, 아직까지 이걸로 돈을 얼마나 벌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여전히 인스타그램에 나의 사진을 올리고 있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한 작가님께서 갑작스럽게 댓글로 혹시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 파는 샵에 입고할 생각이 없는지 물어보셨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지며 걱정이 되었다. 마음에 드는 사진들은 많았어도 그 사진이 돈을 받고 파는 수준이 될까?라는 의문점이 가장 먼저 들었고, 또 그 샵에 올라온 다른 사진들의 퀄리티들이 내가 올린 사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멋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내 사진을 보고 팔아보고 싶다고 하신 것이니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입고를 한다 그래서 내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이 기회를 덥석 잡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계약한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Sriats, Nikon F3, Kodak Colorplus 200, 2019



이 사진은 위아래가 뒤바뀐 사진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뒤집었는데 마치 인셉션에서 패러독스를 설명할 때 나왔던 계단이 생각나서 이대로 업로드를 했었다. 거꾸로 되어있다 보니 제목도 앞 뒤를 바꾼 Sriats로 지었다. 명동성당 쪽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발견했는데 오래되었지만 하얀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정상적인 계단에서의 난간은 보고만 있어도 안정감을 주는데, 위아래가 바뀐 계단은 위험해 보이기 짝이 없다. 나는 이 갭과 더불어 선명한 그림자가 주는 안정감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사진이지만 샵에 올라오는 다른 사진들에 비하면 엄청난 볼거리가 있는 사진은 아니다. 글 아래에 샵 사이트의 주소를 적어놓을 텐데, 아마 보시는 독자분들도 한 번에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내가 봐도 사고 싶은 포스터들이 정말 많다.


아마 그때 계약서를 썼을 때에는 로또를 사는 느낌으로 썼던 것 같다. 내가 찍은 사진을 파는 것도 처음이었고, 계약서를 쓰는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바로 돈을 받는 게 아닌, 팔리게 된다면 받는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팔리지 않을까?'라는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다들 그러지 않나, 복권을 사면 안 될걸 알면서도 당첨되면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그것과 비슷했다.


계약서를 제출하고, 내 사진이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확인한 나는 한 동안 기대에 부풀며 살았지만, 당시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있었던 터라 금방 잊게 되었다. 분기별로 정산 연락을 주신다는 것만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그마저도 어느 순간 잊혔다. 


그러다 어제 생각이 난 김에 연락을 드렸다. 코로나가 터지고 따로 연락을 못 드리기도 했었고, 정산 관련된 문제도 생각난 김에 궁금해서 여쭈어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잘 지내시죠?"

"네! 하고 님도 잘 지내시죠?"

...(중략) 

"다름이 아니라 분기별 정산 관련해서 아직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서 궁금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정산 관련 자료는 메일로 보낸 거 같은데... 아, 확인해보니 메일이 누락되었네요... 당시 1분기에 아쉽게도 판매량이 없었는데, 이번 분기에 A2 사이즈로 한 건 판매가 나와서 아마 7월 첫째 주말에 정산이 될 것 같아요!"


잊고 살 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건이라니. 물론 다른 분들의 사진을 보고 나면 납득을 못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처음 사진을 팔려고 내놨는데 한 분이라도 사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디에 계신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뵙게 된다면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아무튼 이런 사건을 거치면서 사진으로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매자들의 취향을 잘 생각해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사진이 별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꽤 나쁘지만도 않다. 요 근래 들어, 필름 사진 매거진이나, 사진엽서를 판매하고 싶은 생각이 생겼는데, 어떻게 보면 실제로 판매를 할 때 도움이 되는 경험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더욱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과, 더욱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자면, 바로 다음에 팔게 되는 사진은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두 점 이상은 팔리길. 그래야 치킨이라도 사먹지. 








포스터샵 링크 (https://www.postershop.kr/)

* 구매가 아니더라도 많은 작가님들의 정말 좋은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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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드에 나오는 사진은 하고필름(@hago.film) 인스타그램에서 나온 사진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시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서울무드> 시리즈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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