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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우너 Jun 23. 2022

문제해결

고장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21

심리상담을 해보면 내담자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로 '심각한' 고민과 문제들을 가지고 옵니다. 제가 보기에도 너무 안타깝고 갑갑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고?이해하기 힘든 문제들도 있었던 반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사람도 습니다. 심각함에는 객관이 소용없습니다. 별 거 아닌 사소한 문제라도 본인이 괴로우면 심각한 문제가 되니까요. 돌이켜보면 고1 때 중간고사 수학 점수가 지금은 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그 때는 그 점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것처럼요.


심리상담, 마음공부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심각한 문제가 별 게 아님을 아는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점을 시간이 지나서 훗날 보는게 아니라 바로 지금 보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해결은 문제상황 자체가 없어지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란 문제 상황의 유무와 상관없이 문제가 더이상 문제시되지 않아서 문제가 없어지는 겁니다.


저는 얼굴에 주근깨가 많습니다. 어릴적엔 친구들이 하도 깨순이라고 놀려서 어린 마음에 그게 큰 고민이었습니다. 주근깨를 너무도 없애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주근깨가 많습니다. 요즘은 필요하면 피부과 의술을 빌려 주근깨를 없애는 것은 힘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주근깨가 이제는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더이상 문제가 아닙니다. 주근깨는 여전히 있지만 없는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주근깨에 초점이 사라졌는데 무엇에 대해 있고 없고를 논할까요. 문제가 사라진다는 건 이런 맥락입니다.


많은 분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괴로움이 사라진다, 고통이 사라진다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합니다. 괴로운 일, 고통이 없다는 것을 좁은 의미로 해석해 거기에 갇혀버립니다. 느껴지면 안 된다거나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추구합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상을 만듭니다. 제가 의술을 통해 하얀 도자기같은 피부로 돌아가 주근깨가 하나도 없는 상태로 되었다고 칩시다. 전 주근깨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인가요?


'고통이라는 상(관념1)'을 없애라고 하면

'고통이 없어야한다는 상(관념2)'을 하나더 추가합니다.


 보따려다

두보따리 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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