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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우너 May 04. 2022

생각에 사로잡히다

고장 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04

<논어>에 과유불급(), 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저도 밖에 나가면 '그놈 참 똑똑하다'는 소리 좀 들었지만 집에 오면 엄마는 저를 '헛똑똑이'라고 불렀습니다. 칼도 잘 쓰면 도구, 잘 못쓰면 흉기이듯이, 생각 역시 잘 쓰면 '똑똑이', 잘 못쓰면 '헛똑똑이'가 됩니다. 앞 장에서도 언급했듯이 생각하는 기능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생각의 순기능을 잘 쓰면 됩니다. 그런데 기체처럼 사라지는 생각을 자기도 모르게 붙잡고 움켜쥐는 습관에서 역기능이 발생합니다. 생각을 '보이지 않는 용기(容器)'에 집어넣고 팽창시키는 것이죠.


이걸 사로잡힌다고 합니다. 지나간 생각을 가두어 형태를 만들어 실체를 부여하고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꺼내어 씁니다. 그리고 여기에 몇 가지 생각들을 더 조합해서 형태를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냉장고를 열면 글라스락, 락앤락, 본죽 용기 등등 여러 가지 크기와 색깔의 반찬통들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덩어리를 이룬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체화된 생각 덩어리들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 신념, 당위, 믿음.... 기체를 고체로 착각하고 물을 얼음의 형태로 만들어버리듯 생각을 실체가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생각에 '실체가 있다', '생각은 사실이다'라는 믿음이 우리의 밑바닥에 보편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얼핏 보면 큰 문제가 없는 말같지만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 괴로움들은 다 여기서 시작합니다. 


사로잡히면 주객이 전도되어 생각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의해 지배 당합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의해 내가 삽니다. 생각에 조종당하게 됩니다. 가스라이팅을 타인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에게 당합니다. 내가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사로잡힌 생각, 실체를 부여한 생각, 형태를 지은 생각들을 살펴보고 원래대로 날아가게 보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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