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05
불교의 대승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에 나오는 4구게입니다. 무릇 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니 만일 모든 상을 상이 아닌 것을 본다면 면 곧 여래를 본다는 뜻입니다. 형체 없는 것을 형체가 있다고 믿는 것을 불교에서는 상(相)을 짓는다고도 합니다. 금강경의 이 문장에 따르면 상이 상이 아님을 보면 바로 해탈이라고 합니다. 어때요, 해탈하기 참 쉽죠? 누워서 떡 먹기처럼, 누워서 해탈할 노릇입니다. 이 문장은 1등 당첨번호 다 가르쳐준 로또 같은, 참으로 강력한 말입니다. 선불교 6대 조사인 혜능은 이 문장을 듣고 바로 깨달았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혜능이 아닙니다.
절에 오래 다니시는 보살님들이 금강경 필사, 독송, 암송하며 금강경을 술술 읊는다고 다 해탈하진 않지요. 한국에 기독교인들이 몇 백만 명이지만 모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배추가 있다고 김치가 되는 건 아니듯 '안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상이 상이 아님을 본다는 것, 이게 말은 쉽지만 막상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그것이 상인 줄 알아보지 못합니다. 에펠탑 아래에서는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들이 깊숙이 박혀있기도 하고 너무 오래 믿어와서 스스로 버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노력과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