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우너 May 08. 2022

생각에 힘 빼기

고장 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06

박세리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골프를 잘 치는 팁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힘 빼기 3년, 힘 넣기 3년"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다른 운동선수들도 종종 이 말을 하던데 운동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몸에 힘을 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비단 운동에만 적용되는 팁은 아닙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엔진의 성능은 좋은데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면 좋은 차는커녕 위험한 차가 되겠죠.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힘을 뺄 수 있어야 제때 힘을 줄 수 있습니다.


생각을 잘하기 위해서도 '내 생각'에 힘을 뺄 수 있어야 합니다. 힘을 빼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힘을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빼는 것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생각에 힘을 실어 형체를 만들어 놓은 것들은 모양도 무게도 가지가지입니다. 어떤 것은 크고, 어떤 것은 작고, 어떤 것은 약하고, 어떤 것은 단단하고, 어떤 것은 뿌리가 얕고, 어떤 것은 뿌리가 깊습니다. 어떤 것들은 의외로 쉽게 빠지는데 어떤 것들은 땅 속에 묻힌 고구마 줄기처럼 여러 개가 계속 딸려 올라오기도 하고, 올라오다 끊어져 놓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람마다 양상이 다 다릅니다. 불교용어에 근기(根機)라는 말이 있습니다. 뿌리 근에 틀 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중생의 능력 혹은 상태라는 말인데 사람마다 근기가 다 달라서 이 사람은 이 부분이 단단하고, 저 사람은 저 부분이 단단하고.. 이 사람에게는 쉽게 무너지는 부분이 저 사람에겐 도무지 깨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난 지금 사는 것에 만족하고 괜찮은데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한가?'라고요. 만족하면 만족하는 대로 살면 되지요. 뭐가 문제겠습니까. 사람마다 이런 시간을 필요로 하는 시기도, 수준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과정, 즉 생각에 힘을 빼고, 자신이 사로잡힌 생각들을 알아차려가는 과정은 일단 누구나,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 결과로 삶이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넓어지니까요. 이러한 과정이 어떤 특별한 정신적 상태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고, 이해하기 쉽게 유행하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근본적인 힐링이고, 심리상담의 과정이고, 불교에서는 수행이기도 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 진정한 자기 계발이자 자아 실현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